[오!쎈 현장분석] 2016년에 스핏볼? 김성근의 시대 착오적 항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7.31 21: 18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이의제기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다. 그저 시간 끌기밖에 되지 못했다.
김 감독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0-6으로 뒤지고 있던 5회초 2사 윌린 로사리오 타석에서 마이클 보우덴의 초구가 들어온 뒤 강광회 주심에게로 가 항의했다.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중계화면으로 미루어보아 스핏볼(침을 비롯한 미끄러운 물질을 공에 발라 던지는 것) 투구나 공의 표면을 긁은 것으로 의심하는 듯 보였다.
강광회 주심은 보우덴의 공을 건네받아 확인했다. 하지만 별 문제는 없었고, 김 감독은 소득 없이 다시 벤치로 들어갔다. 항의 후 로사리오는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양성우가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이닝이 끝났다.

KBO의 공식 야구규칙 3.02에 의하면 선수는 흙, 송진, 파라핀, 감초, 사포, 금강사포 등 이물질로 일부러 공을 변색시키거나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심판은 공을 회수하고 반칙을 저지른 자를 퇴장시켜야 한다. 반칙행위자를 찾지 못했을 경우 그 공으로 던진 투수가 퇴장당하고, 자동으로 10일 출장정지가 된다.
하지만 강광회 주심은 한참이나 공을 살펴본 뒤에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보우덴이 던진 공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보우덴은 계속 투구를 이어갔고, 7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까지 한화는 보우덴을 상대로 1안타밖에 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 1안타마저 없었다면 김 감독이 퍼펙트, 혹은 노히터에 도전하는 선수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모양새로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승리를 위한 시도라고 해서 모두 정당하지는 않다. ‘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어필은 곤란하다. 그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스핏볼 달인 게일로드 페리(통산 314승을 올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가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1980년대 초반까지의 야구와 달리 방송 중계 기술이 더욱 발달한 요즘에는 공에 장난을 칠 수 있는 투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쁘게 말하면 80년대 혹은 그 이전에나 먹힐 법한 항의였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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