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SK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28)가 개인 한 경기 최다 볼넷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호랑이 킬러의 명성은 볼넷 앞에 무색해졌다.
켈리는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⅓이닝 동안 볼넷만 무려 7개를 주는 제구 난조 속에 4실점했다. 오히려 피안타가 4개로 볼넷보다 적었다.
켈리는 통산 KIA와의 6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39로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6경기에서 5번이나 6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5경기에서 3실점 이하의 경기를 했다. 이날도 KIA 타자들이 켈리를 시원스레 공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대한 끈질긴 승부로 켈리를 물고 늘어졌다. 여기에 켈리는 빠른 공 제구가 조금씩 새며 고전했다. 한국 무대에서 한 경기 최다 볼넷이 5개였던 켈리는 이날 개인 불명예 기록을 쓰며 대단히 힘든 하루를 보냈다.
켈리는 26일 대전 한화전(7이닝 2실점)에서 110개의 공을 던져 이날은 초반부터 투구수를 줄이며 승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3회 2사까지는 아주 잘 이뤄졌다. 맞혀 잡는 피칭으로 KIA 타선을 봉쇄했다. 그러나 3회 2사 후 김호령 노수광 필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김호령과 노수광은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는 아니다. 2사 이후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극적인 승부를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러나 좌타자 바깥쪽 패스트볼의 제구가 조금씩 빠지는 등 공이 존에서 살짝 살짝 벗어났다. 결국 당황스러운 상황에 평정심을 잃은 켈리는 나지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얼굴에는 다소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
4회 실점도 결국 선두 서동욱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시작됐다. 이 제구는 마지막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4-3으로 앞선 6회에도 볼넷 때문에 무너졌다. 서동욱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홍구에게도 다시 볼넷을 내줬다. 결국 켈리는 오준혁의 희생번트 때 아웃카운트 하나를 추가한 채 마운드를 넘겼다.
이미 투구수가 101개가 돼 더 이상의 싱싱한 투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두 번째 투수 서진용이 주자 한 명에게 홈을 허용해 승리투수 요건까지 날아갔다. 개인적으로는 패전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