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손예진이 독립운동?"..'덕혜옹주'에 대한 오해 셋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7.28 16: 00

 영화 '덕혜옹주'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충무로 톱스타 손예진이 주인공을 맡아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여름 성수기 영화 중에서는 수
애와 오연서가 주연한 '국가대표2'와 함께 드물게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영화라는 점도 돋보인다. 
실존인물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으레 그러하듯 '덕혜옹주' 또한 역사왜곡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기에 영화 '덕혜옹주'의 경우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긴 하지만 영화에서만 추가된 설정이 있어 더욱 그렇게 여겨지기 쉽다. 특히 영화의 예고편에는 강제 노역으로 끌려 온 조선 국민 앞에서 연설하는 덕혜의 모습이나 덕혜의 망명 작전을 수행하는 김장한의 모습 등이 등장하는데, 일부 예비 관객들은 이를 마치 영화 '암살' 속 항일 투쟁의 장면처럼 여겨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덕혜옹주를 독립군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부분들은 어떻게 묘사될까?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 김장한은 허구의 인물이다?
박해일이 맡은 김장한이라는 캐릭터는 덕혜옹주의 옆에서 평생 그를 지켜주는 독립군 캐릭터로 등장한다. 물론 영화 속 평생 공주의 곁을 지킨 김장한이라는 인물의 행적은 허구임이 분명하나, 캐릭터에 근거가 아예없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역사에는 고종이 덕혜옹주가 일본인과 결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황실 시종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과 약혼을 준비했다고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영화 속 김장한 캐릭터는 이 실존 인물을 기본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 이후 역사에서 사라졌던 김장한이라는 인물의 행방은 해방 후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노력했던 서울신문 기자 김을한에게서 어렴풋이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이 김을한은 김장한의 형으로 알려져있다. 즉, 덕혜옹주와 인연이 있었던 형제를 하나의 캐릭터로 합해 탄생시킨 인물이 김장한이다. 
#2. 덕혜가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그렸다?
예고편을 본 관객들이 우려하는 것은 흡사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 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몇몇 장면들이다. 하지만 개봉 후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을 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예컨대 강제노역 당한 노동자들 앞에서 조선어 연설을 하는 부분은 사료들에 등장하는 덕혜옹주의 성격에 대한 몇몇 사실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고종이 독살 당했다 믿으며 독살을 피하기 위해 학창시절 늘 보온병을 가지고 다녔다는 일화나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을 가 늙어 병들 때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사실을 볼 때 그가 일제에 대한 반감을 품었다고볼 수 있는 지점이 있어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극 중에서는 독립군들이 황실 가족들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상해로 망명시키려는 망명 작전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실제 시도되기도 했던 사건이다. 역사에는 '의친왕 망명 미수 사건'이 있었고, 영화 '덕혜옹주'에 등장하는 의친왕의 동생 영친왕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망명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전해지는데 '덕혜옹주' 속 영친왕 망명 시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사건이다.
#3.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들을 미화했다? 
대한제국 황족들을 미화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덕혜옹주' 속 황족들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상당히 실제와 비슷하게 묘사된다. 특히 총기 넘치는 옹주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후 말수적고 침울한 소녀로 변한 덕혜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는 바와 가깝다. 덕혜의 올케인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 여사는 자신의 수기에 "덕혜옹주가 도착한 날 밤 그의 침대 곁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조용히 잠든 앳된 얼굴에는 애수가 서려 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는 등 덕혜옹주를 걱정하는 말이 적혀 있어 신빙성을 더한다.
영친왕이나 왕자 이건에 대한 묘사 역시 미화보다는 객관적인 묘사를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영친왕은 결정적인 순간 민족이나 국가를 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면모가 있는 인물로 묘사되며, 이건의 경우 일본인으로 귀화해 살아갔던, 덕이 되지 못한 황실 식구들의 일면을 보여준다. /eujenej@osen.co.kr
[사진] '덕혜옹주' 스틸 컷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