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먹었는지…".
SK 외국인 내야수 헥터 고메즈는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어이없는 플레이를 수차례 저질렀다. 중계 플레이 중 홈 송구가 엉뚱하게 덕아웃 쪽으로 향했고, 베이스커버 때 2루수의 토스를 놓쳤다.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 타구도 글러브만 내밀었을 뿐 잡지를 못했다.
하루가 지난 27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SK 김용희 감독은 "더위를 먹었는지, 고메즈가 어이없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하지만 센터 라인의 중심을 지키는 선수이기 때문에 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타들어가는 속에도 믿음을 보였지만 고메즈의 어이없는 실책은 이날 경기에 또 터져 나왔다.
고메즈는 경기 초반 특유의 강한 어깨를 앞세운 집중력 있는 수비를 선보였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한화가 2-0으로 리드한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정근우가 날카로운 땅볼을 쳤다. 마침 2루 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긴 고메즈의 정면으로 향했다.
다소 까다로운 바운드의 강습 타구였지만 정면으로 온 공이라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메즈는 글러브 포켓 안에서 공을 정확히 잡지 못한 채 흘렸고, 떨어뜨린 공을 발로 차버리기까지 했다. 포구 실책으로 주자가 나간 것이다.
그 이후 선발투수 브라울리오 라라가 급격히 흔들렸다. 라라는 이용규 타석에서 보크를 범하며 1사 2루 득점권 상황이 됐고, 곧이어 3루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계속된 1사 2·3루에서 라라는 송광민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고 추가점을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SK는 문승원을 구원으로 올렸지만 김태균에게 좌측 1타점 2루타, 김경언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순식간에 3실점으로 스코어가 0-5로 벌어졌다. 고메즈의 실책 이후 3실점이라 SK로선 더욱 맥이 빠졌다. 연이틀 더위 먹은 실책에 무너진 것이다.
이날로 시즌 18번째 실책을 범한 고메즈는 리그 최다 실책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유격수 포지션 특성상 실책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유독 어이없는 실책이 자주 나와 아쉬움이 큰 고메즈다. 이날은 타격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전혀 만회하지 못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