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부산행’, 숨은 주역은 좀비와 기관사 정석용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7.27 15: 20

* 편집자 주: 이 글에는 영화 ‘부산행’에 대한 독자의 원치 않은 사전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산행’이 흥행 폭주 기관차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숨은 주역들이 있다. 바로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좀비 연기를 펼치며 굳이 많은 컴퓨터 그래픽이 입히지 않도록 만든 단역 배우들과 깊은 감동을 안긴 기관사 정석용이다.
영화 관람객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들이 포스터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역과 조연 배우들이라는 점은 ‘부산행’의 예상치 못한 흥미 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행’은 부산행 KTX에 탑승한 승객이 국가 재난 사태와 다름 없는 좀비 출현에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개봉 5일 만에 500만을 넘어섰고,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지 않아 1000만 관객 돌파까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는 인위적인 그리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엇갈릴 수 있다.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고,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화려한 그림을 완성했다고 해도 지나치게 인위적이어서 정서상 맞지 않다고 느끼는 관객이 많기 때문. ‘부산행’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소재나 이야기에 있어서 참 때깔이 중요한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 채운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라고 여겨지는 좀비를 그럴 듯하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담는데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섬세하고 정밀한, 그래서 더 실감났던 좀비들의 열연이 극의 긴장감을 확 높였고, 많은 인위적인 작업 없이도 떼거지로 쏟아지는 좀비들이 참 무서웠다는 평가가 많다. 컴퓨터 그래픽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연기로 좀비를 표현하는 배우들을 향한 갈채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지사. 좀비들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인터넷을 뒤덮을 정도다.
목을 꺾고 다리를 젖히는 연기를 해가며 열연을 한 단역 배우들과 세월호 참사와 반대되는 뭉클한 직업정신을 보여준 기관사 역의 정석용의 연기도 인상이 깊다.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이지만 승객에게 안내 방송을 할 때만큼은 침착하게 말을 하며 열차 내 혼란과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기관사.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끝까지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직업 정신과 인간애는 정석용이 연기하는 기관사를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극한의 한계가 왔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밝은 목소리, 부디 끝까지 안전하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은 승객을 내동댕이치고 떠났던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으로 인해 분노했던 우리 사회를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현실과 달랐던 ‘부산행’ 속 기관사 정석용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책임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하게 만들었다. 정석용의 깊게 자리한 주름, 공포를 애써 숨기고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하는 빛나는 책임감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안겼다. / jmpyo@osen.co.kr
[사진] NEW, 영화 '4교시 추리영역'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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