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39) 여자골프국가대표팀 감독이 내달 열리는 리우올림픽 출사표와 함께 은퇴 소감도 함께 밝혔다.
박세리는 27일 KEB하나은행 명동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 기자회견 및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생활을 은퇴한 것에 대해 "선수생활을 2~3주 전까지 했기 때문에 은퇴를 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마음에 준비는 돼 있었다. 더 좋은 모습, 박세리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세리와 은퇴 관련 일문일답.
▲ 은퇴 2년전부터 준비. 2년 동안 어떤 계획을 세웠고 실천해가고 있나.
-계획은 3년전부터 했다. 3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많았다. 감사하게도 후배들이 잘해주고 잘 이어주고 있다. 욕심을 내자면 지속적으로 이어 가줬으면 한다. 박인비가 나왔고 그 뒤도 계속 이어줬으면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차근차근 잘 따라와주는 길에 방향을 잘 찾아주는 것이 선배로서 역할 같다. 그런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까 훈련하고 대회를 하면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노력 중이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를 할텐가? 우리나라 운동이 그렇듯 골프에만 집중했는데 공부를 좀 등한시 한 아쉬움은 없나.
-다시 태어나면 골프선수를 다시 할 것 같다. 예전에도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에 답한 적 있다. 다음 생에는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나 PGA 선수로 꿈을 이루지 않을까.
솔직히 자라온 환경이 풍요롭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 환경이 운동선수의 경우 한가지만 보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전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운동 뿐만 아니라 학업 등 다방면에서 넓게 시야를 봤으면 한다. 운동 선수니까 운동만 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현명해야 하고 모든 면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운동선수가 더 낫지 않을까. 미래를 봐도 그런 선수가 나을 것 같다.
▲골프는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골프는 저에게는 꿈이었던 것 같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하고 싶었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만들어줬다. 빨리 성장하고 배울 수 있게끔 한 꿈이었던 것 같다.
골프는 정말 힘들다.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이기고는 중요하지는 않다. 자기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큰 힘이 되고 제일 큰 키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톱플레이어를 두고 승수를 따지기보다 스스로 다스리고 만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 커리어 그랜드슬램 가장 아쉬울 듯. 에비앙 대회 출전하나
-개인적으로 제일 아쉽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달성하지 못해 아쉽지만 감사하다. 이루고자 했고 도전이란 걸 해봤고 그 자리에 가봤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감사한다. 공식적으로 은퇴는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 끝나면 확정될 것 같다. 올림픽 끝난 후 결정나지 않을까 한다.
▲자신의 골프생활 평가해달라.
-정말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희생하고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았다. 골프는 제게 도전이란 기회를 줬다. 성공이 돌아왔고 제 이름 석자가 남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 도전하지만 이루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 쉽지 않은 결정에 끊임없는 도전에 성공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점수로 따지면 A+ 이상이 아닐까. 골프선수로서 30년 좀 못했는데 많은 걸 보고 배웠다. 운동만 해서 아무 것도 못했을 것 같은데. 빨리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골프를 선택한 것에 후회 없고 감사하다.
▲맨발 투혼 등 일화가 많다. 그 외에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나.
-감사하게 다 많이 알아주셨다. 저 역시 1998년 US오픈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1997년 US오픈 때 골프장을 떠나면서 이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인지 바로 다음해 우승하게 됐다. 그렇다고 쉽게 우승한 것이 아니었다. 골프하고 미국 생활을 하면서 큰 배움의 시간이 됐다.
▲박세리와 라운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박세리는 누구와 라운드 하고 싶나.
-맞다. 저랑 라운드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저에게는 골프가 직업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골프는 누구와 함께 라운드 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종목은 몰라도 골프만큼은 라운드할 상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집도 팔았다. 완전히 미국 생활을 접었나. 한국 생활은 어떻게 할 건가
-나는 한국에 집이 없었다. 미국의 모든 생활을 다 정리했다. 또 다른 시작하기 위한 과정이다. 선수 박세리보다는 또 다른 도전의 시작에 대한 부담도 크다. 쉽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안다.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에 감사하다. 골프 관련 후배들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을 두고 준비 중이다. 필드는 아니지만 골프장에서 자주 보지 않을까 싶다.
▲프로골프협회 등 행정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관심이 많다. 지금의 꿈나무를 봐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30년 정도 골프하는 동안 후회되는 점 2가지 정도만 말한다면.
-골프 치면서 후회하거나 한 것은 없다. 단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골프만 아니고 즐거움을 찾지 못했던 같다. 희생을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누구에게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인색했던 것 같다. 최고의 자리를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큰 것을 희생해도 아니다. 정상의 자리에만 가면 힐링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자신을 배려해줘야 한다. 후배들은 자신에게 좀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내가 모든 것을 이뤄놓고 이렇게 말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선수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현재 KLPGA 회장이 공석이다.
-그것은 제 자리가 맞나 모르겠다. 하나하나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탄탄히 쌓아가면서 올라가겠다. 그 자리는 저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분이 계셔야 하는 것이 맞다. 10~20년 지나고 기회가 온다면 아끼는 후배를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
▲홍보대사 각오.
-선수이기보다는 더 큰 힘 돼 드리고 싶다. 또 다른 배움의 자리 아닐까 싶다. 관심사 더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 글로벌 은행에 걸맞게 노력하겠다. /letmeout@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