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최정민, 이제는 내일도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25 17: 05

최정민(27·SK)은 올 시즌 SK 팬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뛴다.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고, 유니폼은 항상 엉망진창이 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 최정민은 이제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65경기에서 타율 3할2푼8리, 출루율 3할8푼2리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에서는 한참 모자란 성적이지만, 2군행 한 번 없이 꾸준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언제든지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가 됐다. 경기 후반 대주자나 대수비 활용성은 으뜸이다. 팀의 2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탈락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사실 1월 플로리다 전지훈련부터 쉴새없는 일정이었다. 1군 선수들은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실전 위주의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때 최정민은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 플로리다 전지훈련 이상으로 굴러야 했다. 1군에 와서는 남들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다소 부칠 법한 시기는 됐다. 그러나 최정민은 이리저리 옆을 볼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확고한 1군 백업이 됐지만 이런 질문에 최정민은 “아니다. 한 경기라도 못하면 나는 언제든지 2군으로 갈 수 있는 선수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최정민은 2군 캠프에서 좋은 재질이 있는 후배들을 봤다.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다는 절박함은 아직 살아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맞아서라도 1루에 나가려고 노력하고, 전력질주 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최정민도 슬슬 고민이 쌓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신없이 시즌 일정의 60%를 소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자신의 부족한 점이 보이고 있다. 공·수·주 모두에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특히 주루가 못마땅하다. 대주자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신의 발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민은 “발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상대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자꾸 지고 있다. 뛰지를 못하니 스스로 경기 분위기가 위축되는 것이 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제 최정민은 좋은 주력을 가지고 있지만 올 시즌 도루가 3개에 머물고 있다. 상대 투수들은 최정민이 1루에 있을 때 최소 2~3번은 견제를 한다. 이를 이겨내야 자신의 활용성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최정민의 생각이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제 자신의 약점을 파고드는 상대의 견제가 집요해진다는 것을 실감 중이다. 최정민은 “자꾸 파울이 나다보니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2S 이후의 상황 대처 능력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번트안탁가 몇 개 나와 타율은 유지하고 있지만 아마 시즌이 끝나고도 계속 이어질 고민인 것 같다. 타격폼 등을 포함해 어떤 부분을 고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1군 첫 시즌을 보내는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맞이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하는지에 따라 계속 나아갈 수도, 그저 그런 선수로 잊힐 수도 있다. 다행히 최정민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고치려는 데 적극적인 선수다. 표본이 많이 쌓일수록 해법을 향한 지름길이 잘 보일 수도 있다. 2016년이 이래나 저래나 중요할 수밖에 없는 최정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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