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격수감’ 박승욱, SK 기대감 커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25 16: 00

2013년 SK의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팀의 인스트럭터를 맡은 조이 코라는 한 내야수의 자질에 대해 주목했다. 바로 당시까지만 해도 2년차 선수였던 박승욱(24)이었다. 코라 인스트럭터는 “장래성이 큰 선수다. 수비도 좋고 신체 조건도 좋다. 여기에 유연성도 있다”라며 이 선수의 미래를 논하는 것에 즐거워했다.
코라 인스트럭터의 집중 조련도 받았을 정도였다. 따로 팀 코칭스태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팔을 걷어붙였다. 지옥 펑고도 쳐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 코치 경력이 풍부한 코라 인스트럭터의 눈에 들어갔다는 자체가 자질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는 당시 2군 감독이었던 김용희 현 SK 1군 감독, 2군 타격코치였던 김경기 현 2군 감독도 공히 인정하는 바였다.
그런 박승욱이 공익근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해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익근무 당시부터도 성실한 훈련 자세로 강화 관계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던 박승욱이다. 주소지를 아예 SK의 퓨처스팀(2군) 시설이 있는 강화도로 옮겼다. 퇴근 후에는 강화 퓨처스파크를 찾아 훈련에 매진했다. 덕분에 공익근무를 마칠 때쯤 이미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었다.

김경기 SK 퓨처스팀 감독은 공익근무를 마치기 전부터 “박승욱이 훈련을 열심히 했다.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상태”라고 미소 지었다. 최근에는 2군 경기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대형 유격수감’이라는 평가는 여전하다. 김 감독도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박승욱을 유격수 자리에 고정해 출전시키고 있다.
아직 감각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활약은 예사롭지 않다. 24일까지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2홈런, 8타점, 7도루, 장타율 0.647을 기록 중이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춰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SK의 기대감을 더 부풀게 하는 성적이다. SK 관계자들은 팀의 중앙 내야 유망주 중 성장 가능성만 놓고 보면 박승욱이 가장 좋다고 보고 있다. 기량을 담을 수 있는 하드웨어(184㎝)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승욱은 겸손해한다.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박승욱은 “군에 가기 전과 비교하면 경기장도 바뀌고 유니폼도 바뀌었다. 많은 게 변했다”라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그저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이제는 군 문제도 해결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라고 빙그레 읏었다.
원래 78㎏ 정도로 마른 체형이었던 박승욱은 공익근무를 하면서 웨이트에 많은 신경을 썼다. 5㎏ 정도 더 불렸다는 것이 박승욱의 설명. 그러나 최근 무더운 날씨에 2군 경기를 소화하면서 체중이 도로 빠져 고민이 크다. 박승욱은 “체력적인 문제와 집중력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1군이든 2군이든 풀타임으로 뛰려면 그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격수 수비도 큰 문제는 없다. 김경기 감독은 “솔직히 현재 2군에 김성현만한 수비수는 없다. 그 정도 수비수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라면서도 “그나마 박승욱이 가장 유격수 포지션에 최적화된 선수가 아닌가 싶다. 감각이 좋다. 송구 문제만 보완되면 더 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승욱도 “아마추어 때부터 유격수를 봤다. 시야나 각도 모두 나한테는 가장 편한 포지션이다. 송구 위주로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정확도가 조금 잡혔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박승욱은 최근 SK의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박승욱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승욱은 “올 시즌 내 1군에 올라간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2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SK의 현재 유격수는 외국인 선수는 헥터 고메즈다. 그러나 팀 내야 수비의 중심이 되는 유격수를 언제까지 외국인으로 채울 수는 없다. 고메즈가 다른 곳으로 떠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박승욱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 구단이 박승욱의 몸짓 하나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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