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한화 시절 승부조작 가담 자진신고
KBO 징계 감경 유력, 팬심과 여론이 관건
자진 신고자는 선수생활 지속이 가능할가.
KBO리그 승부조작 가담자가 한 명 더 나왔다. KIA 좌완 투수 유창식(24)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3일 KIA 구단 관계자와 면담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사실을 고백했고, 이를 통보받은 KBO가 24일 공식 발표했다. 첫 자진 신고 사례가 된 것이다.
유창식은 한화 시절이었던 지난 2014년 4월1일 삼성과 대전 홈 개막전 선발로 나서 1회초 2사 후 박석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1회 볼넷' 조작에 가담한 유창식은 그 대가로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태양(전 NC)과 문우람(상무)의 승부조작 사건이 발각된 뒤 드러난 일이다.
지난 20일 이태양과 문우람의 승부조작 혐의 사실이 밝혀지자 KBO도 움직였다. 21일 대국민 사과문를 발표한 데 이어 22일에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자진 신고자를 받기로 했다. 내달 12일까지 3주간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을 비롯해 전체 관계자들로부터 자진신고 및 제보기간을 만들었다.
당시 KBO는 '해당기간 동안 자진 신고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영구실격 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 2~3년간 관찰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해주며, 신고 또는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최대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박현준과 김성현(이상 전 LG)이 모두 영구 제명된 가운데 이태양은 이미 NC 구단으로부터 계약이 해지됐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문우람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고 수위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앞선 박현준과 김성현의 사례가 있어 영구제명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유창식의 경우 KBO의 자진신고 기간에 스스로 진술했기 때문에 정상 참작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가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지만 영구제명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KBO 관계자도 "감경을 조건으로 내걸고 자진 신고를 유도했기에 감경할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창식에게는 KBO 징계보다 더 무서운 팬심이 기다리고 있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안지만이 삼성으로부터 방출됐고, 음란행위를 저지른 김상현 역시 kt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리됐다. 도덕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는 KBO리그를 향해 팬들의 불신도 나날이 커져간다.
지난 2011년 K리그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영구 제명된 58명 중 자진신고로 3~5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선수 18명의 징계를 연맹 차원에서 절반 이상 깎아준 바 있다. 일부 선수들이 복귀했지만 팬들의 거센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에 선수와 구단 그리고 연맹이 뭇매를 맞으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유창식은 아직 만 24세로 젊은 나이다. KBO가 내건 조건대로 3년이 지나도 27세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뚜렷한 활약은 없지만, 최고 유망주 출신으로 언젠가 그의 잠재력이 터질 것이라고 믿는 현장 지도자들이 있다. 다만 그동안 빼어난 활약이 없었고, 승부조작 꼬리표를 달고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창식의 소속팀 KIA가 부정적인 팬심과 여론을 감수하며 그를 안고 갈지도 지켜봐야 할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