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라면②] 김가영, "현존 세계 최고 여자 포켓볼 선수 평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7.26 07: 08

남자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당구. 최근 당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면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 당구인들에 대한 인기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심쿵'한 외모를 지닌 '당구 여신(당신)'들은 당구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을 정도.
'당신과 함께라면'은 당구의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여성 당구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코너다. 이번에는 한국은 당연하고 세계적인 '당구여제'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가영이다.
(1편에서 계속)

▲ 대만에서 바로 미국으로 갔는데 왜 간건가
-2003년 대만에서 2년동안 번 돈으로 미국을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모자랐다. 그래서 아버지께 1000만 원 빌렸다. 역시 빌린 돈은 다 갚았다. 미국 프로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 여자 당구 세계에는 3대 산맥이 있었다. 류신메이(대만)를 비롯해 앨리슨 피셔(영국), 카렌 코어(아일랜드)가 그들이다. 류신메이 선수를 이겼으니 피셔와 코어 선수도 이기고 싶었다. 피셔와 코어는 미국에서 활약 중이었다. 우선은 캐나다 밴쿠버 친구집에서 한달 있다가 미국으로 갔다. 
▲바로 프로 자격증을 땄나
-그렇지 않다. 무조건 아마추어 투어를 뛰어야 했다. 그래서 자격을 얻어야 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면 프로 대회 한 번 출전이 가능했다.
▲ 지도자가 꿈인가. 
-꿈이 더 많아졌다. 지도자도 되고 싶은데 일반인들에게 당구를 좋게 널리 알리고 싶다. 당구에 대한 이미지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대중적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 한 발전 어려울 것 같다. 포켓볼은 한국에서 아예 이미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스포츠로써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꼭 지도자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그러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상태다. 20대 초반 때는 방송을 하자고 하면 '선수가 무슨 방송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 챔피언이 된 후 생각해봐야지 했다. 그런데 챔피언이 되고 보니까 그것만으로는 되는게 없더라. 알려지는 것이 없더라. 챔피언이 된 후 내세울 것이 생기니까 선수로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부터 할 수 있는 건 했다. 대만의 예능 방송에도 출연했다. 보조MC까지 본 적이 있다. 
JTBC 비정상회담을 자주 본다. 거기 보면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은 신기하긴 한데 재미는 없다. 그렇지만 못하는 외국인이 더 재미있다. 대만에서도 그렇게 비쳐졌던 것 같다. 
▲ 그럼 지도자 꿈도 있는건가.
-당연하다.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노하우 알려줄 수 있다. 언젠가는 해야 할 목표이고 사명감이다.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교수, 감독 등 여러 가지가 될 것 같다. 아직은 선수생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은퇴 시기에 결정할 것 같다. 
▲ 종목 특성상 은퇴시기를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날 리듬체조 선수를 하다가 프로볼링 선수가 된 신수지에게 "진짜 부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선수생활이 빨리 끝나는 것이 억울하겠지만 빨리 인생의 2막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부러웠다. 젊은 나이에 빨리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구는 정상에 있을 때 그만두지 않는 이상 다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 지금 세계랭킹이 어떻게 되나. 정말 오랫동안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는 것 같다. 
-현재는 3위다. 5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1살 때인 2004년부터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평균 4위 안에 있었다. 
▲ 그럼 지금까지 계속 전성기인건가.
-혹시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전성기가 올 수도 있다.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며 기회를 열어둔 것이다. 대학을 갈 때가 2011년으로 20대 후반이었다. 서른이 되면 실력이 떨어질테니까 서서히 지도자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계속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다. 근데 올 4월까지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는데 성적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은퇴 시기를 고민하게 된다.
▲ 선수와 지도자를 동시에 할 수는 없나.
-한 번 해볼까. 어차피 혼자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다. 시도해볼까 생각 중이다. 
▲ 아직 미혼인데, 혼자인가
-그렇다. 집에서도 다그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혼자 생활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고 하는데 익숙하다. 누가 시키고 책임을 분담하고 서로 밀고 이런 건 싫다. 이런 생활이 깔려 있다보니 혼자인 것 같다. 아직은 안정보다는 변화하고 발전하고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예를 들면 갑자기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다고 그러면 바로 짐을 챙겨 가서 살 수도 있다. 아직은 재미를 더 추구하는 것 같다. 아직 내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때문에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 딸 걱정이 많을 수 있겠다
-아니다.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생기면 항상 가족에게 먼저 보여줬다.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국제 결혼도 가능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인격체로 계속 존중받았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의견을 내놓으면 부모님은 인정해주신다. 그런 부분은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 뭐든 혼자 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외롭게 느껴질 때는 없나.
-인생을 볼 때는 그런 생각이 없다. 혼자 헤쳐나가면 된다. 그렇지만 당구를 놓고 보면 누군가 함께 할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포켓볼이 좀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같이 해줄 수 있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늘 해왔다. 선배님이 한 분 계시긴 하다. 
▲ 포켓볼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나. 
-심지어 '댄싱 위드 스타'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나름 노력을 해봤다. 그렇지만 잘 안되더라. 그렇고 해서 선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거기에 꼭 목 메고 싶지는 않다. 
▲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8볼)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다.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많이 배웠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전에 느껴지 못한 부담이었다. 세계선수권 등 주로 혼자 대회에 나가다가 많은 분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잘 안됐다. 4년 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 아시안게임에서 당구 종목이 빠졌는데.
-아시안게임 종목에 당구가 다시 복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 현재로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포켓볼 선수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후배들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다. 선수는 무대가 없으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을 위해 많은 대회를 열어주셨으면 한다. 또 당구장은 금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수들은 선수로서 기본적인 태도와 소양을 갖췄으면 한다. 
▲ 세계에서 한국국적의 김가영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인가.
-3쿠션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수구를 다루는 것은 거의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다. 얼마전에는 여자 포켓볼 당구 전설인 앨리슨 피셔가 "현존하는 최고의 여자 선수"라고 인정해주셨다. 엄청 좋아서 눈물이 날 뻔 했다. 
▲ 추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8월 11일 출국해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갖게 될 것 같다. 이후 몇차례 경기를 가진 후 9월 초 정도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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