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막 열었으나 다를 게 없는 경기력
마운드와 수비 동시 붕괴...전형적인 약팀의 야구
5월까지의 선전은 일장춘몽이었던 것인가.
LG 트윈스가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6월 추락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5할 승률에서 13경기 멀어졌다. 5월까지 22승 22패 1무로 5할 승률을 유지했으나, 6월 10승 15패, 7월에는 3승 11패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했으나 다시 3연패를 당했다. 시즌 전적 35승 48패 1무로 지난해 성적이었던 64승 78패 2무, 승패마진 마이너스 14에 다가갔다.
부진의 원인은 마운드와 수비.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5.48로 리그 평균인 5.13에 못 미치며, 실책 역시 62개로 평균보다 많이 범했다. 기준을 6월 이후로 잡으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난다. 팀 평균자책점은 5.78. 실책은 33개로 5월까지 45경기에서 범한 실책보다 6월부터 39경기에서 범한 실책이 더 많다.
마운드를 보면 선발진과 불펜진이 모두 붕괴됐다. 선발진에는 확실한 1선발 에이스가 없고, 불펜진에는 승리공식이 없다. 5월 중순 선발진이 꾸준함 모습을 보여주며 6연승을 달린 이후로 집단 붕괴에 빠졌다. 헨리 소사는 연일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고, 우규민은 선발전환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류제국은 6월까지 평균자책점 3.93을 찍으며 선전했다. 하지만 7월에 치른 4경기에서 한 번도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 5.09가 됐다. 희망을 보여줬던 이준형은 6월 중순 무릎 통증으로 엔트리서 제외된 후 지난 20일 퓨처스리그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수 년 동안 필승조에서 셋업맨 역할을 했던 이동현이 고전하고 있고, 지난해 팀 내 최고 불펜투수였던 윤지웅도 1군과 2군을 오가고 있다. 마무리투수 임정우는 극심한 기복에 시달리며, 4월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했던 신승현은 페이스가 꺾였다. 최근 김지용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확실한 1군 투수가 되기 위해선 경험이 더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승현과 최동환의 성장도 더디다.
수비에선 센터라인이 골고루 흔들린다. 시즌 초반에는 임훈의 부상공백으로 인해 중견수 자리에서 실점과 직결되는 실책이 나왔다. 그리고 6월부터는 유격수와 2루수 자리에서 허무한 실책이 반복된다. 오지환이 이탈하자 누구도 해답이 되지 못했고, 2루수 손주인과 정주현 모두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다. 포수진에 경험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상호는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고, 유강남·박재욱 20대 포수들은 좌충우돌 중이다.
그나마 타선은 작년보다 조금 나아졌다. 지난해 각종 타격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문 것과 달리, 올해는 팀 타율에서 2할8푼4리로 7위, 경기당 평균득점서도 5.32점으로 7위다. 히메네스가 맹타를 휘두르며 6년 동안 LG에 없었던 거포 역할을 하고 있다. 채은성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잡으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박용택은 언제나 그랬듯 꾸준하고, 손주인은 개인 통산 처음으로 3할 타율을 응시 중이다. 그런데 이 4명 외에는 없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대부분의 타자들이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팀 운영에 연속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LG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운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서상우와 안익훈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서상우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1군에 있다가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 21일 1군에 복귀했으나, 복귀하자마자 아킬렌스건 부상을 당하고 하루 만에 엔트리서 제외됐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던 안익훈은 5월말부터 2군으로 내려가 타격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봉중근의 선발복귀가 실패하면서 다섯 번째 선발투수는 여전히 물음표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주목받았던 군전역자들도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주현 이천웅 강승호가 모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셋 중 누구도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시즌 전 구상에서 많은 것들이 어긋났다. 적중한 것은 히메네스의 활약과 채은성의 성장 뿐이다. 마운드에서 작년보다 못하는 투수들이 속출하고, 야수진은 부상과 부진으로 매번 라인업이 바뀐다. 스프링캠프 당시 문선재 정주현 안익훈이 동반활약하며 스피드 야구에 앞장서기를 바랐으나, 3명의 도루 합계는 10개에 불과하다.
양상문 감독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경기력이라면, 아예 노선을 바꾸는 게 낫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내년에 제2의 채은성을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히메네스에게 일주일에 한 두 경기씩 휴식을 주고, 오지환의 군입대에 대비해 어린 유격수들을 꾸준히 출장시킨다. 정성훈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1루수 문제에 대한 해답도 찾아야 한다.
프런트 또한 현장과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히메네스와 재계약을 추진하고, 수년째 문을 닫고 있는 대형 FA 영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장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시대는 옛날에 지났다. 현장과 밀착된 뛰어난 프런트가 강한 팀을 만든다. 지난해 후반기와 마찬가지로 서둘러 내년을 준비하지만, 이번에는 프런트도 현장과 정박자를 이뤄야 한다. 굵직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10년 암흑기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