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는 외인 에반스, 파워도 멘탈도 으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7.23 05: 50

박철우 타격코치, 부진할 때도 에반스 스타일 존중
파워뿐만 아니라 코치 조언 듣고 연구하는 것도 으뜸
 잠실을 홈으로 써도 외야수가 잡기를 포기할 만큼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 닉 에반스(30, 두산 베어스)가 날린 타구들이 연일 멀리 뻗어나가고 있다.

에반스는 지난 22일까지 팀이 치른 87경기 중 7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7홈런 56타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한 방씩 터뜨린다. 두산의 최근 2승은 모두 에반스의 홈런이 결승타가 되며 승리한 경우다. 올해 결승타는 총 7개. 초반 부진으로 인한 우려의 시선은 모두 지워진지 오래다.
두산의 박철우 타격코치는 에반스의 힘에 합격점을 줬다. “스카우트팀에서 검토해 뽑은 선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량을 갖췄다고 생각했다”고 에반스에 대한 첫 인상을 표현한 박 코치는 “처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부담도 있는 것 같았다. 기술적으론 괜찮았는데 일본에서도 고전했고, 한국의 스타일을 몰라 힘들어했다. 하지만 힘은 워낙 좋았다”는 말로 그가 시행착오를 겪는 가운데서도 파워는 돋보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왼쪽 팔이 몸통에 붙은 상태로 준비 자세를 취하는 그의 타격 폼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한국 지도자들은 팔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박 코치의 설명. “에반스의 타격 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펀치력은 대단하다”고 했던 김태형 감독의 말과도 일치하는 면이 많다.
박 코치 역시 에반스의 폼에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경력과 실력을 믿었다. “팔을 붙여서 때린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기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라고 말한 박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은 자기가 해오던 야구가 있기 때문에 달래주면서 다뤄야 한다. 기술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그보다 항상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에반스가 지금껏 해온 야구를 존중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코칭스태프가 썩 좋아한 폼은 아니었지만, 에반스는 자신만의 타격 스타일을 존중받으면서 한국생활을 지속했다. 그 결과 자신이 가진 기량을 조금씩 펼쳐 여기까지 왔다. “방망이를 빠르게 돌릴 줄 알아 배트 스피드도 괜찮고, 처음엔 변화구 대처가 안 됐지만 지금은 어떤 구종이든 쳐낼 수 있다”는 것이 박 코치가 본 지금의 에반스다.
특히 잠실구장 펜스도 여유 있게 넘길 정도로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홈런들도 많다. 육안으로만 봐도 측정된 비거리 이상을 비행한 것 같은 홈런들도 여럿이다. 박 코치도 “홈런이 되는 타구들을 보면 아마 테임즈보다도 멀리 칠 것이다”라며 그의 파워를 최고 수준으로 인정했다.
에반스는 방망이에 맞은 공을 최대한 앞으로 보내며 힘을 싣는 능력이 좋다. 박 코치는 이에 대해 “공이 방망이에 맞은 뒤 앞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크다. 팔로스윙이 좋다. 남들이 1초라고 한다면 에반스는 1.5초 정도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그의 홈런이 남달리 멀리 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코치가 에반스를 보며 파워보다 더 감탄한 점은 정신적인 면이었다. 야구 지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승은 자신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경험과 이론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에반스는 후자다. 박 코치는 “조언을 해주면 자기가 했던 야구를 토대로 반문을 해온다. 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내게 다시 묻는 것이 코치로서도 정말 기쁜 일이다”라며 에반스 덕분에 흐뭇하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