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밴드 구직 배려’ 넥센의 대인배 행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23 05: 51

24일 등판 대신 22일 웨이버 공시
구직 배려, 연이은 대인배 행보 눈길
넥센은 1년 반 남짓 팀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1)와 22일 오전 면담을 가졌다. 그리 유쾌한 자리는 아니었다. 팀의 웨이버 공시 결정을 통보했다. 넥센은 그간 피어밴드가 팀에 공헌한 것에 감사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라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 대화는 좀 더 나중에 이뤄질 수도 있었다. 피어밴드는 19일 경기에 등판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24일 인천 SK전에 등판해야 했다. 대체 선발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피어밴드를 한 번이라도 더 쓰는 것이 유리했다. 재영입하기로 한 앤디 밴헤켄(37)은 24일까지만 영입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 됐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넥센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피어밴드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다. 웨이버 공시를 일찍 하면 그만큼 피어밴드는 ‘구직’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피어밴드는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또 우리 팀에서 열심히 했던 선수였다. 빨리 결정을 하는 것이 피어밴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체 외국인을 찾고 있는 다른 팀들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 경우 피어밴드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게 염 감독과 넥센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찍 웨이버 공시를 하고, 피어밴드에게는 “다른 팀이 원할 수도 있으니 한국에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라고 제안했다.
그런 넥센의 배려는 꽃을 피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한 피노의 거취에 고민 중인 kt가 피어밴드 영입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이 취재진에 밴헤켄의 영입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시간, 수원에서는 조범현 kt 감독이 “(피어밴드의 영입을) 검토는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무대에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고 시차 등의 문제도 없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물론 염 감독이나 넥센도 이른바 ‘피어밴드 부메랑’을 생각했을 법하다. 그러나 구단의 대승적인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넥센은 올해 서동욱을 무상 트레이드 형식으로 KIA에 내줬다. 서동욱은 넥센의 구상에서는 제외된 선수였다. 그러나 다른 팀이라면 다를 수 있었다. 선수의 앞길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염 감독은 “역효과를 생각했다면 서동욱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우리는 에이스감을 원했기에 밴헤켄을 영입했다. 하지만 피어밴드도 3~4선발로는 충분한 선수”라고 떠나는 피어밴드를 평가했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팀 내 기대치에 따라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라는 의미다. 실제 피어밴드는 두 시즌 동안 49경기에 뛰며 18승18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에이스급 성적은 아니지만, 타고투저가 극심한 KBO 리그에서 로테이션을 돌 만한 자격은 증명했다.
어쩌면 그래서 넥센의 대승적 결단이 더 빛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가 조금씩 정착된다면, 몇 년 뒤에는 넥센도 그 대승적 문화의 수혜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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