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29)가 삼성 라이온즈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이다.
김기태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5⅔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했다. 팀의 6-3 승리 속에 타선 지원을 충분히 받은 그는 시즌 3승(3패)에 성공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그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도 전에 연속 4안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지만, 3실점 뒤엔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2회말을 제외하고는 주자가 2루까지 간 경우도 없을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았다.
이날 김기태는 총 111구를 던졌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였다. 이전 기록은 지난달 29일 부산 롯데전에서 던진 101구였는데, 한 번에 자신의 최다 투구 수를 10개나 늘린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삼성 불펜에 중간을 책임질 투수가 없다는 뜻도 되지만, 김기태에 대한 믿음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초반에 난타를 당하고도 계속 정면승부를 한 것도 합격점이었다. 김기태의 111구 중 스트라이크는 74개로 정확히 볼(37의)의 2배였다. 계속해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볼을 넣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볼넷도 1개밖에 없었다.
자신이 던지는 변화구 중 가장 자주 활용되는 슬라더가 효과적으로 먹혔다. 34개의 슬라이더 중 무려 25개의 공이 스트라이크였다. 단순히 우타자 바깥쪽으로 빼는 것뿐만 아니라 카운트를 잡을 때도 활용됐고, 파울이나 범타, 헛스윙을 유도하기에도 좋았다.
이러한 투구가 시즌 3번째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그리 대단한 승수는 아니지만, 그에게는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승 타이 기록일 정도로 의미 있는 변화다. 이미 그는 이날 경기 포함 53⅔이닝을 소화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이닝 기록(2015년 29⅓이닝)을 넘어선지 오래다. 사실상 커리어 하이 시즌이라 봐도 무관하다. 한 단계 올라선 투구가 이번 시즌에만 여러차례 나오고 있다.
풀타임 선발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나 당분간 기회는 계속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감독은 “김기태가 정인욱보다는 선발로 더 안정적인 것 같다”며 장원삼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계속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