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작전의 실패였다. 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 전화위복이 됐다. 작전 실패는 빅 이닝을 만든 '큰 그림'의 일부였다.
롯데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12차전 경기에서 10-1로 완승을 거뒀다. 롯데는 올시즌 KIA를 상대로 첫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승부처는 4회말이었다. 롯데는 2회 3점을 뽑아내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KIA를 상대로는 추가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롯데는 올해 3승8패로 KIA전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롯데는 KIA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7.56의 투수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피안타율은 3할2푼7리에 달했고 피OPS는 무려 9할3푼1리였다. KIA를 상대로 3점의 점수는 안심할 수 없던 상황.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가 필요했다.
때마침 추가점의 기회가 왔다. 4회말 강민호의 볼넷과 김상호의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정훈, 앞선 타석 1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괜찮은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롯데 벤치의 판단은 일단 추가점을 뽑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훈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KIA 역시 1루수와 3루수가 대시하는 번트 시프트였다. 일단 정훈은 번트 자세를 취했지만 배트를 거두며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봤다. 이후 볼, 그리고 정훈은 3구,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슬래시 동작으로 돌변했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이었다. 그러나 KIA 투수 지크의 133km의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정훈은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1B2S로 볼카운트가 몰렸다. 정훈은 어쩔수 없이 타격 자세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롯데에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줬다. 정훈은 지크의 134km 슬라이더를 툭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적시타는 아니었지만 무사 만루의 기회로 연결시켰다.
결국 정훈의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의 실패는 전화위복이 됐고 무사 만루에서 문규현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후 손아섭의 2루수 땅볼과 맥스웰과 황재균의 연속 적시타로 4회에 4점을 내면서 롯데는 7-0의 넉넉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롯데는 6회초 KIA 나지완에 추격의 솔로포를 얻어맞았지만 7회말, 손아섭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면서 롯데는 승부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