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롬 발디리스(33, 삼성 라이온즈)가 장타를 몰아치며 부진 탈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발디리스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초 터뜨린 좌월 만루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볼넷 4타점으로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만루포는 자신의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사실 그는 지금껏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날 이전까지 33경기 출장에 그친 그는 타율 2할5푼4리, 4홈런 22타점으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경기 출장 수가 부족해 팀에 충분히 공헌할 도리가 없었다. 출전한 경기에서도 장타를 쳐내는 모습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발디리스는 상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을 공략하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팀이 1-0으로 다소 불안한 리드를 유지하던 3회초. 2사 만루에 나온 그는 볼 2개를 골라낸 뒤 들어온 3구째 포심 패스트볼(146km)을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시켰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코스의 공을 잘 걷어올렸다.
5월과 6월 2개월간 단 4경기 출장에 그쳤고, 그 이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던 발디리스는 팀 내에서 입지를 확실히 굳히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이 콜린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를 돌려보내 외국인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소모했기에 퇴출할 수도 없었다. 쉽게 말해 계륵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타석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포함 발디리스는 최근 7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처음으로 멀티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볼넷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띄는 것 역시 호재다. 발디리스는 최근 8경기에서 삼진은 2개밖에 당하지 않은 반면 볼넷은 9개나 골라냈다. 시즌 전체로 봐도 21볼넷 12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은 매우 좋다.
투타에 걸쳐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삼성은 발디리스가 살아난 것을 타선의 반등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부상 선수가 많아 라인업 구성조차 어려운 처지지만, 외국인 선수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달라질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