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은 만큼 웃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시즌 2승 고지를 밟은 고진영(21, 넵스)이 독특한 우승 비결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고진영은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 662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3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고진영은 지난 5월 1일 끝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 이어 또 한 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하며 시즌 2승에 성공했다. 개인통산 6승째.
특히 고진영은 이날 우승상금 3억 원을 획득, 선두 박성현(23, 넵스)에 이어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더불어 9510만 원 상당의 승용차(BMW X5 xDrive 30d)와 3130만 원 상당 고급시계(Hublot BIG BANG Diamonds) 부상까지 받아 기쁨을 더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고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는 질문에 "나가기 전부터 우승하고 싶은 만큼 웃자고 목표를 세웠다"면서 "목표를 딱 세우고 나니까 퍼팅 연습할 때부터 웃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다. 후반 위기가 왔을 때도 '그렇게 니가 우승하고 싶구나' 하면서 웃어넘겼다. 마지막 홀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고진영과 일문일답.
▲ 우승소감은
-우승상금, 자동차, 시계 등 기쁨이 열배가 넘는 것 같다. 정말 너무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다른 메이저 대회도 있지만 작년 대회 마지막날부터 이번 대회 전날까지 항상 우승하는 꿈을 꾸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 어떤 꿈을 꿨나
-여기 앉아서 인터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자동차도 타고 우승 자킷도 입어보고 하는 꿈을 꿨다. 그래서 정말 울까봐 어제밤 잠도 못잤다. 경기를 하면서 앞으로 또 1년 동안 꿈을 꿔야 할까 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어제밤이었다. 오늘로 내 꿈이 이뤄진 것 같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어떤 마음으로 플레이했나.
-2타 앞선 상황이어서 전반까지 막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 후 후반에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3타차, 2타차 왔다갔다 하면서 결국 동타로 전반을 끝냈다. '이거 분위기가 안좋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고민하면서 플레이했다. 물론 우승은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의식했나
-우승했을 때 와이어 투 와이어를 생각했다. 아마추어 첫 승 때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고 시즌 첫 대회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그 부담을 이겨냈을 때 짜릿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
▲ 스스로 생각할 때 배짱이 두둑한가.
-배짱이 좀 있는 것 같다. 선두로 마지막날 나갔을 때 집중력이 좀더 높아진다. 그래서 선두 지키며 우승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상금랭킹 2위다. 박성현과 6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상금왕 경쟁에 욕심이 생겼나.
-크게 욕심 없다. 지금도 욕심 내고 있지 않다. 올초 전지훈련 때 바꾼 스윙을 유지하고 마무리 하는게 시즌 목표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한 대회 한 대회 열심히 치겠다.
▲17번홀 전까지 1타차였는데 알고 있었나.
-16번홀에서 어려운 어프로치 상황이 있었다. 기회도 많이 왔는데 퍼팅을 실패하면서 기회가 없던 상황이었다. 위기가 오겠다 했는데 16번홀 파세이브 잘한 것이 기회가 됐다. 17번홀은 어려웠는데 2퍼트만 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잘 굴러갔다.
▲자동차는 전 인터뷰 때와 변함없이 자기가 탈 생각인가.
-변함없다. 오늘 아침 어머니가 식사하면서 '너는 많은 사람에게 행복주는 사람이야. 우상하면 꼭 니가 차 타고 다녀'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침 먹으며 우승해서 타고 다니리라 다짐했다.
▲시즌 상금왕보다는 매 대회 하겠다고 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출전하지 않고 에비앙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는데 결국 시즌 상금왕을 노린 것 아닌가.
-US여자오픈 대회 때도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안나갔다. 이번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작년과 다르게 산에서 하는 코스라고 하더라. 또 갔다오면 삼다수 대회 스폰서 대회도 나가야 한다. 스폰서 대회인 만큼 좀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안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상금왕 욕심이 있다면 에비앙 대회도 안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투어 3년째인데 스윙을 바꿨다. 굳이 바꾼 이유는. 완성단계는
-원래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비시즌의 경우 아침 8시부터 웨이트 포함 저녁 6시까지)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 길지 않아 짧고 굵게 한다. 아무래도 집중력이 짧다보니 내 생각대로 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감으로 치는 편이었다. 좀더 정교하고 멀리치고자 바꿨다. 완성단계가 100%는 없는 것 같다. 중간중간 체크를 받아야 한다.
▲고비가 있었을텐데.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고 참아냈나.
-고비가 오늘은 꽤 많이 왔다. 나가기 전부터 우승하고 싶은 만큼 웃자고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딱 세우고 나니까 퍼팅 연습할 때부터 웃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다. 후반 위기가 왔을 때도 '그렇게 니가 우승하고 싶구나' 하면서 웃어넘겼다. 마지막 홀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캐디 딘 허든과 어떤 이야기를 했나.
-딘이 어제 태국 음식을 먹었는데 화장실을 3번이나 갔다왔다더라. 엄청 급한 상황에서 아는 프로를 만나 너무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홀로 걸어가면서 뭔가 내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퍼팅 다하고 우승하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잘했다. 멋있었다'고 말하더라. 대부분 영어로 대화한다. 딘이 할 줄 아는 한국어는 '앞바람', '뒷바람', '조금' 등 3가지 정도다.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 옷을 입은 이유는
-원래 하얀색을 좋아한다.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파란색 줄은 BMW 로고에 맞게 어머니가 입으라고 해서 입었다.
▲이 대회 만의 장점이나 특색은
-작년부터 느낀 건데 코스도 워낙 좋은 세팅도 완벽하다. 메이저급 대회 느낌이 든다. 파3홀마다 부상이 걸려 있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우상상금도 3억원이고 최대 12억원이고, 차도 주고 시계도 주고 양주도 주고.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다. 앞으로 100년동안 열어주셨으면 한다. BMW 레이디스 마크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진다.
▲상금은 누가 관리하나.
-상금은 데뷔 후 3년 동안 줄곧 부모님이 관리하셨다. 사고 싶은 것은 차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부모님이 상금을 관리하셔도 좋다.
▲ 지난주는 컷탈락했는데
-지난 대회 후 주변사람들이 잘했냐고 물어보면 농담삼아 '안나갔는데요'라고 대답한다. 지난 대회는 샷도 안되고 다 안됐다. 결국 포커스가 이 대회로 바뀌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여러 가지 시험하면서 지난 대회를 임했다. 다른 선수 비해 하루 쉬게 돼서 체력적으로도 비축돼 오늘 집중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골프의 매력은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게 골프다. 어제 감 다르고 오늘 감 다르다. 아침 먹고 다르고 저녁 먹고 다르고. 알 것 같은데 모르겠다. 하고 싶은대로 다 된다면 골프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인가.
-장기적으로 잡은 목표는 더 멀리 있다. 이 대회는 1년 동안 우승을 꿈꿨던 대회다. 정말 멀리 있는 꿈 다음으로 의미있는 대회다. /letmeout@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