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원민구 경복중 야구부 감독.
제자 구자욱(삼성)이 수 년 전부터 후배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그 따뜻한 마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원민구 감독은 "자욱이가 지난해 겨울 후배들을 위해 후드 티셔츠와 야구용품을 선물했는데 이번에도 여름에 편히 갈아 입으라고 1인당 반팔 티셔츠 3장씩 주고 갔다. 덕분에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자욱에게 경복중은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자 마음의 안식처와 같다. "힘이 약했지만 야구는 참 예쁘게 했다". 원민구 감독이 기억하는 구자욱의 옛 모습이다. "곱상하게 생겼지만 근성이 대단했다. 땀의 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성실하니 무조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원민구 감독은 "자욱이가 중학교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모로 좋은 추억이 많은 것 같다"면서 "시즌 중에 바쁠텐데 후배들을 위해 두 손 무겁게 간식을 들고 와서 세심하게 챙겨주고 간다. 그 마음이 참 예쁘다. 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원민구 감독은 "자욱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소년체전 결승전이다. 당시 0-1로 뒤진 마지막 공격이었다. 자욱이가 선두 타자로 나갔는데 변화구가 높게 들어오자 머리를 갖다 대고 맞더라. 깜짝 놀랐다. 이후 연속 안타가 나와 2-1로 이겼는데 자욱이가 아웃됐더라면 이기기 힘들었다. 요즘도 그 이야기를 하는데 '이기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참 대단한 녀석"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경복중 야구부 주장 우승우는 "구자욱 선배님께서 후배들을 챙겨주시는 그 마음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 선수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목표 의식이 절로 생긴다. 선배님의 플레이를 보면서 근성과 투지 그리고 그라운드에서의 매너를 배운다. 항상 자랑스럽고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훗날 구자욱 선배님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선배님께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실력, 외모, 성품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구자욱. 이 남자 보면 볼수록 진국이다. 그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