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10th 올스타전, 안타 없어도 빛났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7.17 05: 59

 '국민타자' 이승엽(40, 삼성)의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전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승엽은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며 반짝였다.
이승엽은 2016 올스타전에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서 베스트12로 뽑혔다. 지난해 역대 올스타 팬 투표 사상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던 이승엽의 통산 10번째 올스타전 무대. 앞선 8차례는 1루수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명타자로 베스트12에 선정됐다.
드림 올스타 5번 지명타자로 나선 그는 4타수 무안타 2삼진. 안타를 추가하지 못해 올스타전 통산 성적은 타율 0.222(45타수 10안타) 3홈런 5타점 12삼진이 됐다.

통산 최다 삼진은 늘어났고 통산 홈런 1위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승엽은 통산 3홈런으로 홈런 공동 1위 김용희(롯데), 양준혁(삼성), 홍성흔(두산)에 1개 뒤져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선 보기 힘든 재치 넘치는 '기습 번트'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2-3으로 추격한 4회 1사 3루. 이승엽은 3루수 박석민(NC)이 수비 시프트로 유격수 위치에 서 있자, 송창식(한화)의 초구에 3루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결과는 파울.
팬들은 홈런타자 이승엽의 번트에 웃음이 터졌다. 이승엽은 박석민을 향해 번트 제스처를 하며 웃었고, 박석민도 웃기만 하고 수비 위치를 옮기지 않았다.
결국 이승엽은 4구째 3루쪽으로 번트를 댔다. 송창식이 타구를 잡아 3루주자 민병헌을 견제하고 빙글 돌아 1루로 던지는 사이 이승엽은 세이프됐다. 기록은 야수 선택. 올스타전이라 볼 수 있었던 이승엽의 기습 번트였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 팬 사인회부터 바빴다. 올스타 선수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고 팬들의 사인을 응하는 시간, 유독 이승엽 앞에는 줄이 한참 늘어서 있었다. 최고 인기 선수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승엽은 어린이 팬을 비롯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껏 사인하고, 기념 사진도 함께 찍어줬다.
경기 직전에는 뜻깊은 만남도 있었다. 이승엽은 덕아웃 앞에서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입은 어린이 팬과 캐치볼을 했다. 
이승엽과 캐치볼을 한 어린이는 홍성욱군(9, 죽전초 3년).  난치병인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홍군은 평소 야구를 좋아하고 이승엽의 열렬 팬이었다. 힘든 병마와 싸우면서 야구를 통해 활력을 얻고 있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KBO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손을 잡고 홍군을 올스타전에 초청했다. 이승엽은 홍군의 사연을 듣고는 흔쾌히 홍군과 만나 짧지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했다. 유니폼에 사인도 받고 캐치볼을 한 홍군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프로야구 모토가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이승엽은 안타 없이도 올스타전에서 환하게 빛났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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