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알고 타자 #좀비 #기차 #재난 [부산행 개봉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7.16 13: 10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은 한국 영화 소재로는 낯선 '좀비'라는 소재를 친근하면서도 신선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좀비의 창궐은 '월드워Z'을 비롯한 할리우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재지만 '부산행'은 거기에 기차라는 구체적 배경을 더해 한층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또 좀비물은 소재의 특성상 재난 영화로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괴물', '해운대' 등의 재난 영화가 있고 '부산행'은 이 흥행한 재난 영화들과 감동 코드를 공유한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부산행'을 보기 전, 알고 가면 더 재밌을 이모저모. 
▲ 좀비(zombie)
 

좀비라는 개념은 서아프리카 지역 부두교 흑마술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흑마술사들이 사람을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먹인 후 다시 살려내 환각 상태로 만들어 이들을 노예로 부렸다는 괴담이 시초다. 요즘 영화에서 보는 좀비의 개념을 정립한 작품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다. 이 영화에서는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다시 좀비가 되는 등 현대 영화에서 통용되는 좀비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부산행'은 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부터 시작해 '월드워Z'까지 이어진 좀비의 개념을 그래도 살린 영화다. '부산행' 속 좀비들은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들로  또 이 좀비가 다른 좀비를 물면 그 역시 좀비가 되는, 좀비 영화의 전형적인 형태를 띤다. 또 이 좀비들은 시각이 감퇴하고 청각이 매우 발달한 상태로 변화되며 죽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돼 변한 사람들이다. 이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28일 후'(2002)나 역시 제약회사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화되는 이야기를 그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 비슷하다. 
▲ 기차 
'부산행'이 다른 좀비물과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기차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미 관객들은 이와 비슷한 형식을 본 바 있는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가 대표적 예다. 외신에서는 그 때문에 '부산행'을 ''설국열차'와 '월드워Z'의 만남'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기차는 하나로 연결된 공간의 특성상 한 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보통은 끝에서 앞으로 이동하게 돼 있는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점점 더 구출에 가까워지는 식의 전개가 펼쳐진다. 물론 맨 앞에 도착한다 해도 또 해결해야할 문제는 남아있다. 
▲ 재난 
우리나라 재난 영화의 특징은 역시 사랑과 눈물이다. 보통 재난 영화에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희생자가 등장하고, 그 희생자들과 그들로 인해 목숨을 구하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에서 진한 드라마가 형성된다. 그런 면에서 '부산행'은 '괴물'(2006), '감기'(2013), '연기시'(2012) 같은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가족애가 강조되고, 더 나아가 인류애가 부각된다. 결국 누군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재난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풍자성이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거대한 재난은 대부분 인재(人災)로, 누군가의 끝없는 욕심, 사회적 부조리에서 재앙이 시작된다. 제약회사의 욕심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생성되는 식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권력층 혹은 가진 자들의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행태가 그려지는데, 몰인정한 악인들을 정의로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주인공의 몫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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