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정길은 구원 투수로 35경기에 나왔지만 승, 패, 세이브, 홀드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만큼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에만 등판했다.
올해는 다르다. 마정길은 전반기에서 34경기에 나와 6승무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7를 기록하고 있다. 6승은 팀내에서 신재영(10승)에 이어 지금은 떠난 로버트 코엘로와 함께 공동 2위다. 마정길은 12,13일 수원 kt전에서 이틀 연속 구원승을 올리기도 했다. 구원승이 많다는 것은 동점에서 앞서거나 역전한 순간에 그가 있었다는 의미다.
마정길은 14일 경기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전 "오늘 필승조가 모두 쉰다"고 일찌감치 밝혔다. 김상수, 이보근 등에게 휴식이 필요하고 김세현도 올스타전에서 던져야 하기 때문. 이날 선발 맥그레거가 7⅓이닝을 소화하긴 했지만 8회 구원 등판한 오재영에 이어 마정길이 9회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마정길은 "6승이라는 게 나도 놀랍다"고 했다. 대부분 구원 투수로 뛴 마정길은 종전 최다승이 2013년 4승이었다. 마정길은 "감독님이 그 만큼 기회를 주셨다. 어려운 상황에 마운드에 오를 때가 많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제가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겠나.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오른다"고 말했다.
마정길의 애칭은 '마당쇠'. 그는 "예전부터 그렇게 불렸는데 마운드에 자주 오르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나가서 던지는 게 행복하다. 제가 언제까지 던질 수 있겠나 싶다. 기회가 되고 몸이 될 때 나가는 지금이 행복하다. 올해는 체중 조절을 했더니 지난해보다 컨디션도 좋고 공에 힘도 붙었다"고 밝혔다.
팀은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마정길은 "우리 선수들의 멘탈이 강해진 것 같다. 그리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만들어낸 결과다. 초반에 주위의 예상은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이 잘 해낸 것 같다"며 고참 선수로서의 뿌듯함을 전했다.
마정길은 지난해 말 넥센과 2년 6억2000만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마정길은 "내가 이 팀을 떠나면 어디를 가겠냐"며 잔류 의지를 강하게 비쳤다. 그리고 마정길은 여느 불펜 투수보다 많은 활약으로 팀의 예상 밖 선전을 몸소 이끌고 있다. 베테랑의 노련미, 책임감이 빚어내고 있는 호투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