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제는 맞춤옷처럼 어색하지가 않다. 4번 타자 포진과 함께 황재균(29·롯데)은 더할나위 없는 전반기를 만들었다.
롯데는 전반기 82경기를 치르며 39승43패(승률 .476)을 기록, 5위로 전반기를 마무리 지었다. 전반기 막판 연이은 접전과 난타전을 펼치면서 롯데는 피곤한 경기들을 치렀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6승4패를 기록하면서 나름대로 깔끔한 전반기 갈무리를 했다.
이러한 롯데의 전반기 막판 분전의 중심은 4번 타자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지난 1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포항 삼성전 2-2로 맞선 연장 11회초 무사 1루에서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4번 타자라면 능히 내재되어 있어야 하는 해결사 능력을 완전히 장착했다. 타격감 자체가 좋은편도 있지만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이전과는 다르다. 지난해 통틀어 7개였던 결승타는 올해 전반기에만 9개를 기록했다.
황재균이 붙박이 4번 타자로 들어선 것은 지난 6월24일 대전 한화전부터다. 아두치의 웨이버 공시, 최준석의 2군 강등으로 마땅히 4번을 맡을 사람이 없었기에 황재균이 들어서긴 했지만, 황재균은 그 누구보다도 4번 타자의 몫을 해냈다.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선 이후 14경기 4할3푼1리 6홈런 15타점 15득점 OPS 1.329를 기록 중이다. 황재균은 "처음에 4번 타자에 들어갈 선수가 없어서 들어서긴 했는데 4번에 들어서면서 타격감도 올라오고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말하며 4번 타자 자리를 맡은 이후 타격감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중심 타자로서의 역할도 생각을 해야 했다. 황재균은 똑딱이 유형이 아닌 중장거리포를 갖춘 타자다. 그러나 올해 황재균의 스윙 폭 자체가 컨택에 집중하기 위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득점권에서도 호쾌한 장타 대신 갖다 맞추는 장면들이 많아졌다. 올해 삼진은 단 30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반면 볼넷은 23개. 지난해 전반기에만 69개의 삼진을 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그러나 황재균은 "삼진을 줄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서 갖다 맞추는 스윙을 한 적이 많다"면서 "이제는 삼진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컨택보다는 장타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고 말했다. 대차게 스윙을 돌린 결과가 최근 장타가 폭발하는 이유였다. 중심 타자로서의 역할과 스윙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황재균을 지금의 4번 타자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황재균은 4번 타자로 전반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결승 홈런을 때린 14일 삼성과의 경기가 끝난 뒤 황재균은 "전반기 중심 타선으로서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후반기에도 새로운 외국인 선수와 함께 조화를 잘 이뤄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공교롭게도 황재균이 4번에 포진한 뒤 팀은 9승5패로 순항하고 있다. 더할나위 없던 전반기를 마친 황재균이 계속해서 후반기 롯데의 5강 대약진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