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꼽은 전반기 백업 MVP
투수 리드와 강한 어깨로 양의지 공백 최소화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두산 베어스)은 백업 포수들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14일까지 83경기를 치르며 55승 1무 27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2위 NC에 4.5경기차 앞선 선두다. 매 10승 단위마다 계속 선착하며 순조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고, NC는 두산보다 3위 넥센과 더 가깝다. 넥센과 NC의 승차는 3.5경기. 2강이라는 표현보다는 선두 독주라는 말이 어울린다.
독주하는 과정에서 주전급 대부분은 올스타급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백업들의 활약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두산은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돌려 말하면 KBO리그에서 대표적으로 백업이 강한 팀이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지난 14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김 감독에게 팀 내 백업선수 중 MVP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박)세혁이라고 봐야 한다. (양)의지가 없는 동안 정말 잘 해줬다. 세혁이는 원래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올해 정식선수 등록에 이어 1군 데뷔까지 이룬 최용제 역시 김 감독의 기억 속에 남은 선수다. “최용제도 몇 경기 안 되지만 침착하게 잘 해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정말 강인권 코치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배터리코치였을 때와는 훈련 양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혹독했던 강인권 배터리코치와의 강훈련은 1군 데뷔라는 달콤한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
두산은 예부터 ‘포수 왕국’으로 불리는 팀이지만, 그런 두산 역시 항상 안방에 여유가 넘치지는 않는다. 김 감독은 “포수는 한 경기 내에서도 연쇄적으로 다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그래서 (1군) 등록 가능한 선수가 팀에 4~5명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포지션 특성이 있어 박세혁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낼 기회도 만들어졌다. 최재훈이 왼손 유구골 골절로 빠져 있던 상태에서 양의지마저 왼쪽 발목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6월, 두산의 안방 선택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주전 박세혁-백업 최용제 체제가 불가피했다.
그리고 2명의 포수가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한 동안 계속 선발로 마스크를 쓴 박세혁은 투수들을 적절히 리드하는 동시에 강한 어깨까지 과시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고원준과 안규영이 선발승을 거두는 수훈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상무에서 박세혁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 둘 모두 양의지보다는 박세혁과 호흡을 맞춘 날이 많았던 투수다.
전반기 타격에서는 1할9푼8리, 1홈런 11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그는 마스크를 썼을 때 빛났다. 김 감독의 말대로 무엇보다 양의지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게 만든 점이 컸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두산표 화수분이 낳은 또 하나의 작은 히트상품이라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