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만에 1군에 돌아온 에릭 해커(33, NC 다이노스)가 복귀전에서 만족스런 피칭을 하지 못했다.
해커는 1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4이닝 5피안타 2탈삼진 3실점했다. 팀이 4-3으로 승리한 가운데 그에게는 승패가 기록되지 않았다. 투구 내용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이날 그의 3실점은 모두 홈런에 의해 발생했다. 솔로홈런 3개였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나 가운데로 몰리는 공들이 가끔 눈에 띄었고, 이를 놓치지 않은 두산 타자들이 해커의 공을 담장 밖으로 보냈다. 볼넷은 없었지만 그만큼 타자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공들이었고, 구위로 압도하지 못한 결과는 장타였다.
홈런을 맞은 공 3개는 다 같은 코스로 날아갔지만 모두 다른 구종인 것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1회초 민병헌은 포심 패스트볼, 3회초 박건우는 슬라이더, 4회초 양의지는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겼다. 타이밍은 하나같이 알맞았다.
아직 본연의 투구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이날 해커의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대체로 130km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였다. 전체 55구 중에 투심, 커터까지 포함한 패스트볼 계열의 공은 절반 수준인 28개였다. 빠른 볼 비율은 대체로 투수의 자신감을 나타내는데, 이날 해커가 자기 구위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문 감독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해커의 투구 수를 최대 80개 정도라고 언급했으나 25개나 모자란 55구를 끝으로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라는 특성이 있어 불펜 총동원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해커가 두산 타선을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5회초부터 김진성을 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속단하지는 이르다. 김 감독 역시 해커가 아직은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3연전 내내 이야기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고, 이번 복귀전은 후반기를 위한 시험 등판 성격도 있었기 때문에 한 경기만 지켜보고 에이스의 후반기 모습까지 예단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