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28, 혼마골프)가 거의 3년만에 한국 대회에 출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보미는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 662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첫날 부진했다. 보기 3개, 버디 2개를 기록한 이보미는 하위권으로 밀리며 컷오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보미는 지난 2013년 12월 열렸던 스윙잉 스커츠 2013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이후 2년 7개월여만에 한국 무대에 섰다. 그동안 이보미는 일본에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7승을 거두며 시즌 상금왕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0년 한국에서도 상금왕을 차지한 바 있어 한국과 일본에서 상금왕에 오른 유일한 선수가 됐다.
이날 국내 골프 간판 선수들인 장수연(22, 롯데), 고진영(21, 넵스)과 조를 이룬 이보미는 10번홀에서 출발, 15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이보미는 18번홀에서도 보기로 1타를 잃은 채 전반을 마쳤다. 이보미는 후반 첫 홀을 버디로 잡아냈으나 8번홀에 다시 보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보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감이 좀 좋지 않았다"면서 "바람 계산도 부족했고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놓치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타수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US여자오픈 후 바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보미는 "솔직히 피로한 것을 뛰어넘고 싶었다. 스스로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면서 "캐디랑 계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할 때도 있었고 너무 안할 때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오랜만에 팬 앞에서 잘하려는 마음도 강했던 것 같다"고 스스로의 부진에 대해 분석했다.
이보미는 국내에서 활약할 당시 같은 코스에서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에 이보미는 "잘했었다. 그렇지만 몰랐던 점을 알게 된 것도 있다. 우승했을 때는 그린이 소프트 했다. 이번에는 그린이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딱딱했고 스피드도 느린 듯 하면서 지나갔다. 연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좋아하는 코스이긴 하지만 연습라운드 없이 나온 것이 좋지 않았다. 내일은 캐디와 협력해서 잘해보겠다"고 돌아봤다.
이보미는 지난주 US여자오픈에 앞서 식중독 증세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8월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 출전권도 달려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결국 컷탈락한 이보미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핑계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은 뒤 "미국에 가면 올초부터 뭘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화장실을 자주 갔다. 이번에는 엄마가 음식을 챙겨서 같이 미국으로 갔는데 그 음식이 잘못됐던 것 같다. 많이 어지러웠고 열도 나고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좀더 몸관리를 잘해야 하고 신경써서 먹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미는 "원래는 올림픽 출전 후보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올림픽 이야기를 들었고 한 번 가보자고 해서 열심히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이 잘나와 세계랭킹도 올랐다. 인생의 제일 큰 목표였던 것 같다. 아쉽지만 당연히 한국을 대표하고 잘하는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만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쟁쟁한 후배들과 함께 조를 이룬 데 대해 "한국 오면 TV로 플레이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이보미는 "고진영과는 더 퀸즈에서 함께 쳤고 장수연은 처음이다. 후배들이 치는 것을 보니 응원하게 되더라. 코스를 생각하면서 잘하더라. 퍼팅감도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
또 이보미는 한국대회 출전에 대해 "올해는 이 대회가 마지막이다. 오늘 참가해보니 옛날 기억이 많이 나더라. 내년에 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상금, 코스세팅, 대회 분위기 모두 좋다고 들었다. 우승하면 자동차도 부상으로 준다고 한다. 일본에는 자동차를 주는 대회가 많긴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이다. KLPGA 투어 최대 상금 규모다. 우승자에게는 1억 원 상당의 BMW X5 차량을 부상으로 지급한다. /letmeout@osen.co.kr
[사진]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