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함틋' 수지의 반가운 두 얼굴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07.14 13: 31

'함부로 애틋하게' 수지의 두 얼굴이 반갑다.
수지가 배우로 훌쩍 성장한 모습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정통멜로에 도전한 수지가 안정된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발랄하고 정의로운 고등학생이 됐다가도, 아버지 사고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려는 굳은 다짐을 하고, 삶에 지친 속물스러운 모습도 보여준다. 변화무쌍한 수지의 표정과 눈빛들이 새삼 놀랍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수지는 철면피라 불릴 정도로 다소 뻔뻔한 다큐멘터리 PD 노을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연기력을 다져온 만큼 슬픈 멜로의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수지 특유의 아련함을 담은 눈빛 연기가 탁월하다.

수지는 데뷔작인 드라마 '드림하이'나 '빅'에서도 귀여운 로맨스를 보여줬고, 히트작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났다. 멜로 연기가 특별히 낯설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그동안의 작품보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는 좀 더 깊어진 멜로 감정이 필요했다. 정통멜로인 만큼 이경희 작가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내는 것이 중요했다. 차근 차근 연기자로의 성장 끝에 수지의 연기는 안정됐고, 이번 작품을 통해 예쁘게 피어났다.
무엇보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주목되는 것은 수지의 '두 얼굴'. 극중 현재의 노을은 동생도 부양하고 빚도 갚아야 하는 팍팍한 삶에 지친, 그래서 얼굴에 강철판을 깔고 속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 와중에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과거부터 악연으로 얽혔던 신준영(김우빈 분)을 설득해 다큐멘터리도 촬영해야 한다. 고단함의 연속이다. 가난 때문에 학교 다니기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없는 형편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내 친구는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정의를 찾던 고등학생 노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번 작품에서 수지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을 세심하게 연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고 정의를 불태우던 발랄하면서도 속 깊은 과거의 '오지라퍼' 노을과 속물로 찌들대로 찌들어 살아가는 스물여덟의 노을.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이 세월의 폭, 그 세월 안에서 노을이 겪은 일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눈빛이 성숙해졌다. 고등학생 노을의 생기 넘치는 눈빛이 돋보였다면, 현재의 노을에는 힘이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풍기는 성숙함과 아련함이 더 부각됐다. 신준영을 대할 때 언뜻언뜻 비치는 특유의 눈빛 역시 분위기 있다.
대사를 내뱉거나 행동을 취하는 연기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속에서 이 10년의 세월을 담아낸 눈빛, 감성이 돋보이기 때문에 '함부로 애틋한' 멜로가 더욱 예쁘게 피어났다. '함부로 애틋하게'에 쏟아지는 좋은 반응의 이유는 수지와 김우빈의 어울림이나 김우빈이 온몸으로 쏟아내는 멜로의 기운도 있지만, 수지의 이 더 탄탄해진 연기 내공도 분명 한몫하고 있다. /seon@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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