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투진이 흔들린다. 7회까지 리드한 145경기에서 144승 1무의 전무후무한 성적을 남겼던 극강 마운드도 이젠 옛 이야기가 됐다. 정현욱, 오승환, 권혁, 임창용 등 삼성 필승조의 핵심 멤버들이 팀을 떠났고 권오준도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예전 만큼의 위력투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삼성의 필승 카드는 안지만과 심창민 뿐. 이른바 안심 듀오라 불리든 이들도 최근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13일 포항 롯데전에서도 안지만과 심창민이 흔들리며 12-6으로 앞선 경기를 12-13으로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안지만과 심창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승부처마다 이들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안지만과 심창민을 제외한 계투 요원들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안지만과 심창민에게 집중된 부담을 줄여 주고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외파 출신 장필준과 박근홍이 시즌 전 구상대로 그 역할을 해준다면 계투진 운용에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해외파 출신 장필준은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수술 여파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군 무대에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패없이 평균 자책점 15.75로 머물렀다. 비시즌 때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탄탄한 근육질 체격이 됐다. 장필준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 4차례 등판, 2홀드(평균 자책점 0.00)를 거뒀다. 직구 최고 151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투수 가운데 키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작년에 선발 투수로 등판시켰을때 투구수 60개가 넘어가니 힘이 떨어져 선발보다 중간 계투로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필승조로 활용할 계획을 내비쳤다. 장필준은 13일까지 28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3패 2홀드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5.93. 시즌 전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다. 다시 말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다.
좌완 박근홍은 지난해 2승 2패 8홀드(평균 자책점 2.96)를 거두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덕분에 박근홍의 연봉은 6000만원에서 1억1000만으로 수직 상승했다. 박근홍은 지난해보다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괌 1차 캠프 때 "올 시즌 운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박근홍은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 1패 3홀드(평균 자책점 7.56)로 부진한 모습이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투구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좌완 백정현이 10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근홍이 제 모습을 보여줬다면 백정현과 역할을 분담하며 훨씬 더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이 가능했을 듯.
삼성은 14일 롯데와 전반기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후반기부터 반격을 꾀할 태세다. 장필준과 박근홍이 시즌 전 구상대로 계투진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전성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계투진이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what@osen.co.kr
[사진] 장필준-박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