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천 FC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부천은 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연패를 달성하고 올해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강 전북 현대를 제압하고 사상 첫 4강전에 진출했다.
송선호 감독이 이끄는 부천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8강 전북과 원정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2007년 창단해 2013년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한 부천이 FA컵 4강에 오른 건 사상 처음이다.
초반부터 전북은 경기를 주도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득점왕 김신욱을 비롯해 고무열, 루이스, 로페즈, 이재성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경기의 흐름을 가져갔다. 부천은 전북의 공격력을 의식해서인지 수비를 굳건히 했다. 3-4-3 포메이션으로 나선 부천은 수비할 때에는 5명의 선수가 가담했다.
골대를 걸어 잠근 부천이지만 전북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김신욱과 임종은, 김영찬 등 장신 선수들을 활용한 세트피스 만큼은 부천이 알고도 막기가 힘들었다. 전북은 전반 9분 코너킥 기회에서 임종은의 헤딩슛이 골대 안으로 향했지만 수비수의 머리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세트피스로 기회를 엿보던 전북은 전반 24분 코너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재성의 코너킥이 골키퍼 류원우의 손에 맞고 나왔지만, 흘러나온 공을 이주용이 문전으로 올렸고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김신욱이 헤딩으로 밀어 넣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전북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36분 이효균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김영남의 슈팅이 김영찬과 최동근의 몸에 맞고 굴절돼 이효균에게 연결돼 골을 허용했다. 전북으로서는 불운의 실점이었다.
실수 아닌 실수로 부천에 동점골을 내준 전북은 더욱 거센 공격으로 반격에 나섰다. 전북은 전반 42분 고무열의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은 골대 안이 아닌 수비수의 발에 맞아 밖으로 향했다.
전북의 공세에 계속 위기를 맞은 부천은 하프타임에 선수 교체로 변화를 꾀했다. 진창수와 이효균을 루키안과 에드손을 투입했다. 이에 전북은 후반 6분 고무열과 루이스를 빼고 레오나르도와 김보경을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전북은 선수 교체의 효과를 누리기 힘들었다. 후반 7분 장윤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 장윤호는 부천의 역습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반칙을 저질러 옐로 카드를 받았다.
수적 열세에 처한 전북이지만 공격적인 운영은 계속됐다. 후반 17분 김보경, 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의 상대 수비수의 실수 유도 등 전북은 지속적으로 공격을 펼쳐 부천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북은 수비를 굳건히 하면서 역습으로 기회를 엿봤다.
부천의 철저한 역습은 후반 20분 결실을 맺었다.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학민이 드리블로 홀로 아크 정면까지 침투해 슈팅을 시도, 전북의 골문을 흔들었다. 공격에 몰두하던 전북은 수적 열세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전북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더욱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29분에는 수비수 김영찬을 빼고 공격수 이종호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전북은 지속적인 슈팅으로 부천의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류원우의 선방쇼에 막히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수비에 몰두한 부천은 후반 44분 역습으로 한 골을 더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역습 기회에서 공을 잡은 바그닝요는 빠른 스피드로 돌파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 결정을 지었다.
전북은 후반 48분 이종호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레오나르도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해 고개를 숙였다.
약체인 부천이 거물 전북에 거둔 짜릿한 승리이지만 박수는 받지 못했다. 부천은 역전에 성공한 이후 줄곧 고의적인 시간 지연 행위를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이유 없이 쓰러져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추가 시간은 8분이나 주어졌다.
▲ 전주 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2 (1-1 1-2) 3 부천 FC
△ 득점 = 전24 김신욱 후49 레오나르도(이상 전북 현대) 전36 이효균 후20 이학민 후44 바그닝요(이상 부천 FC) /sportsher@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