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은 투수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홈런은 맞아도 절대 볼넷은 주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볼넷을 허용하는 건 뒤에 서 있는 7명의 수비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
그래서 일까. 류현진은 홈런을 맞는 날에는 오히려 격려받고 볼넷을 주는 날에는 엄청 혼이 났다고 한다. 류현진은 등판을 마치면 아버지께 이날의 승리 여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볼넷을 얼마나 적게 줬는지를 자랑한다.
롯데가 12일 포항 삼성전서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다. 이날 롯데 마운드는 무려 8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6월 28일 사직 삼성전서 6이닝 무실점(1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호투했던 노경은은 이날 2회까지 무실점 호투했으나 3회 들어 제구력 난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최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이지영(2루 뜬공)과 김상수(헛스윙 삼진)를 잘 막았다. 이후 노경은은 구자욱을 1루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그사이 3루 주자 최재원은 홈인.
박해민의 중전 안타로 2사 1,3루 위기에 놓인 노경은은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최형우 타석 때 폭투를 범해 구자욱과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3-3. 그리고 최형우는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 나갔다. 4회 우동균에게 역전 솔로 아치를 얻어 맞은 노경은은 1사 1루 상황에서 박진형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진형은 5회 박해민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 맞은 뒤 이승엽과 최형우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만루. 세 번째 투수 이성민은 첫 타자 아롬 발디리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곧이어 우동균 타석 때 폭투를 범하며 1점 더 헌납했다.
이후 삼성은 이지영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김상수의 중전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롯데 마운드는 볼넷을 남발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