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2번으로 올라온 허경민 멀티홈런
6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도 경신
바뀐 자리가 터졌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두산 베어스는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초반에 터진 3점홈런 2개, 8회초 승기를 굳히는 허경민의 스리런홈런을 앞세워 9-5로 승리했다. 2위 NC와의 승차를 6.5경기차로 벌린 선두 두산은 55승 1무 25패가 됐다.
타선에서 가장 큰 기여를 했던 타자는 바로 허경민이었다. 2번 타순에 배치된 그는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오는 3점홈런, 8회초 쐐기 3점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멀티홈런이자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
1회초 무사 1루 상황에 들어선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에 그쳤던 그는 두 번째 타석에 팀을 도왔다. 두산이 3-0으로 앞서던 1사 1, 2루에 나온 그는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들어온 초구를 골라낸 뒤 가운데에 몰린 2구째 커터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을 뽑아냈다. 그의 한 방으로 두산은 6-0을 만들어 승리로 가는 길을 초반에 닦아놓았다.
이후에도 그는 펄펄 날았다. 4회초 선두로 좌전안타를 친 허경민은 무사 만루 찬스의 발판을 마련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선두타자로서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6회초 1사에는 가볍게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어느 방향이든 자유자재로 타구를 보냈다.
8회초에는 또 한 방의 3점홈런을 터뜨려 팀을 NC의 추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 지난해까지 1홈런이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던 그는 하루 동안 2홈런을 몰아쳐 시즌 3홈런을 기록했고,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도 바뀌었다.
허경민이 잘해준 것이 컸지만, 코칭스태프의 결단도 좋은 결과를 가능케 한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이날 두산은 김재호를 2번, 허경민을 9번에 둔 라인업을 구상했다. 경기 전 두산 벤치에서는 2번 자리에 김재호, 9번 자리에 허경민의 이름을 쓴 라인업 카드가 보였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서 김재호가 익숙한 위치인 9번으로 돌아갔고, 허경민이 2번으로 올라왔다. 이 결정은 기대한 것 이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이날 허리가 불편했던 민병헌이 선발 제외됐지만 두산 타선은 완전체 못지않은 화력을 뽐냈다. 4회초까지만 던진 상대 선발 재크 스튜어트를 상대로 9안타를 쳐낸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의 상당부분을 허경민이 제공했다. 수시로 찬스르 만들었고, 기회가 자신에게 오면 놓치지 않고 해결했다. 그를 2번 타순에 기용한 것만으로도 김태형 감독은 일을 다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nick@osen.co.kr
[사진] 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