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특급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올해도 이 명제는 증명됐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한국인 선수가 총 8명이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 이 가운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최지만(LA 에인절스)을 제외한 6명은 모두 KBO리그 출신이다. 이전에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딛은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르 뺀 4명은 올해 처음 빅리그에 도전했고, 저마다 성과를 거뒀다.
가장 뛰어났던 1인은 올스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다. 그는 2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로 전반기를 마치며 팀 불펜의 중심이 됐다. 흔들린 트레버 로젠탈을 대신해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것도 작은 기적이다. 향후 팀 내 입지도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탄탄하다. 그의 공은 어디서든 통했고, 더할 나위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전반기였다.
타자 중에서는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가 한정된 기회를 살리며 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64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2할8푼8리, 12홈런 37타점으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최다 홈런을 날리고 있다. 기계적인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초반 기회가 적었지만, 연일 장타를 터뜨리며 출전 기회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출전 기회가 늘어난 덕에 시즌을 마칠 시기엔 20홈런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 거부권이 있어 스프링캠프 초청선수였던 이대호보다는 초반 입지가 좋았으나, 시범경기 부진으로 시즌 초 기용되지 못했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어려움을 딛고 상황을 바꿔냈다. 그의 전반기 타율은 3할2푼9리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OPS도 .864로 생산성 있는 타격을 했다.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시작부터 선발 투입되는 날도 많을 것이다.
박병호는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 한국인 타자 중 4월 활약은 그가 가장 좋았지만, 부진이 길어지며 타율 1할9푼1리, 12홈런 24타점으로 후반기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트리플A로 내려간 그는 콜업 날짜가 아직 불확실하다. 한국인 타자 중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은 만큼 파워는 있다. 확실히 정비된 상태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박병호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KBO리그 출신 선수들은 올해도 빅리그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강정호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도 KBO리그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을 주저 없이 영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새로 진출한 이들은 구단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으로 KBO리그 출신 타자들의 빅리그 진출 교두보를 놓기도 했던 강정호는 올해 복귀 후 52경기에서 타율은 2할5푼으로 낮았지만, 11홈런 30타점으로 장타력을 과시했다. 100%가 아닌 몸 상태로 전반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파워 면에서는 확실히 전보다 더 강해졌다.
반면 추신수와 류현진은 부상으로 인해 전반기 대부분을 부상자 명단에서 보냈다. 긴 재활을 마친 류현진은 단 한 번의 등판 뒤 후반기에 들어간다. 최근 빅리그에 복귀한 최지만은 데뷔 첫 홈런을 노린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