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라’ 박성현(23, 넵스)이 결국 US여자오픈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전세계 골프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새기는 데는 성공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즐기는 갤러리들은 그녀의 한샷한샷에 탄성을 내질렀다. 활처럼 휘어지는 몸매에서 쏟아져 나오는 강력한 탄력은 ‘세계 여자 골프 스타의 산실, 한국에서 온 장타자’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남겼다.
박성현은 한국시간 11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파72, 6752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71회 US여자오픈’(총상금 450만 달러, 우승상금 81만 달러(약 9억 3,7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양희영(27, PNS창호), 지은희(30, 한화)와 함께 공동 3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2라운드 단독 선두, 3라운드 공동 2위로 세계 여자골프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박성현은 마지막 날이 주는 중압감에 우승컵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버디는 2개를 뽑아냈지만 보기 4개도 범해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다.
박성현은 그러나 마지막 홀까지 우승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박성현이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와 미국의 브리타니 랭이 6언더파, 공동 1위로 홀 아웃을 했다.
마지막 파5 18번홀에 오른 박성현의 스코어는 5언더파. 특기인 장타를 살려 타수를 줄이면 최소 연장, 아니면 극적인 우승도 차지할 수 있었다.
세컨드 샷에서 박성현은 워터 해저드를 직접 건너는 ‘투온’ 모험을 감행했다. 한방에 전세를 뒤집고자 하는 공세적 전략이었다. 그러나 유틸리티 샷이 공을 지나는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공이 가는 방향으로 몇 걸음을 뛰어나간 박성현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이 깔렸다. 공은 미처 해저드를 건너가기 전에 물에 빠지고 말았다.
벌타를 받고 해저드를 향한 지점에서 4번째 아이언 샷을 시작한 박성현은 결국 보기로 18번홀을 마무리했다. 결국 71회 US여자오픈 우승컵의 주인공은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와 브리타니 랭의 연장 승부에서 가려졌다. 우승컵은 연장 3홀 승부 끝에 브리타니 랭이 챙겼다. 통산 2번째 우승이자 첫 메이저 우승이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박성현은 LPGA에 확실한 새김질을 했다. US여자오픈 중계팀은 박성현의 스윙 폼을 2016 US오픈 우승자인 더스틴 존슨의 그것과 비교하는 영상을 내보냈고, 수많은 갤러리들은 박성현의 샷이 터질 때마다 강렬한 탄성을 자아냈다. 구름같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대세 박성현’을 인정받은 KLPGA의 분위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100c@osen.co.kr
[사진] AFP가 다양한 각도에서 잡은 박성현의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 스윙 모습.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