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재, 선발-구원 가리지 않고 69이닝 소화
2011년 87⅔이닝 넘어 첫 100이닝도 가능해
"작년 생각하면 지금 정말 행복한 것이다".
한화 우완 투수 장민재(26)는 올 시즌 확실하게 정해진 보직이 없다.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수시로 오가는 '스윙맨'이다. 투수가 가장 피하고 싶고, 적응하기 어려운 역할이지만 장민재는 그렇지 않다.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고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 중이다.
지난주에도 그랫다. 장민재는 지난 6일 문학 SK전에서 선발로 5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88개의 공을 던지고 3일을 쉰 장민재는 10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불펜으로 향했다. 4회부터 몸을 풀며 대기한 장민재는 6회 구원등판, 1⅔이닝 37구 1실점 홀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한 장민재는 3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 중이다. 선발 6경기, 구원 24경기로 분주히 오가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선발 4.33, 구원 4.71로 큰 차이는 없다. 김성근 감독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장민재는 69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한화 팀 내에서 송은범(80이닝)-권혁(72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투구 이닝이다. 선발로 27이닝, 구원으로 42이닝을 던지며 70이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장민재의 개인 한 시즌 최다는 2011년 87⅔이닝으로, 당시 선발 15경기에서 58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올해는 선발보다 구원 이닝이 더 많다.
장민재는 "시즌이 시작됐을 때 1차 목표로 세운 게 100이닝을 넘기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마음속 목표였는데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지금 페이스라면 장민재는 약 127⅓이닝까지 가능하다. 큰 변수가 없다면 100이닝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만큼 장민재는 던지는 것에 목말라있다. 그는 "작년을 생각하면 지금 정말 행복한 것이다. 어떤 역할이든 1군에서 공 던지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던 지난해에는 수술 및 재활까지 3년에 가까운 실전 공백 문제로 제 공을 뿌리지 못했다. 1군에서 단 4경기 4이닝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겨울 비활동 기간에 한화 시절 절친했던 류현진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에서 동반훈련을 소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1군 투수로 돌아왔다. 구속을 140km대로 끌어올리며 장점인 몸쪽 승부와 변화구 구사 능력을 극대화했다. 자신감 역시 커졌다. 그의 모자챙에는 '타자를 맛있게 잡아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타자를 자신 있게 상대하자는 표현이다. 이닝 들어갈 때마다 보면서 '내 볼을 못 친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 있게 승부하려 한다"는 게 장민재의 설명이다.
이제 남은 시즌 관건은 체력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다. 장민재는 "할머니께서 직접 복분자를 만들어 주신다. 덕분에 기운이 난다"며 첫 100이닝 돌파까지 전력투구를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