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부터 35G 21승12패2무 '리그 3위'
탈꼴찌 성공, 후반기 본격적으로 5강 싸움
5월26일. 그날부터 한화는 이전과 완전 다른 팀이 됐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빗나갔다. 한화의 역습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리그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큰 흐름으로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한화는 꼴찌가 아니다.
지난 5월25일까지 한화는 11승31패1무 승률 2할6푼2리로 부동의 10위 꼴찌였다. 승패 마진은 -20까지 벌어져 있었고, 당시 9위 kt에도 무려 7경기를 뒤졌다.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암흑 같던 시기였지만, 그 이튿날부터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역습을 시작했다.
5월26일 고척 넥센전에서 7-6 역전승을 거둔 뒤 한화는 파죽지세를 달렸다. 5연승과 6연승 그리고 4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최근 35경기 21승12패2무 승률 6할3푼6리를 찍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보다 좋은 성적을 낸 팀은 NC(22승10패1무·.688)와 두산(23승13패·.639) 둘 뿐이다.
10경기도 아니고 20경기도 아니다. 35경기를 치르며 쌓인 성적이란 점에서 한화의 역습은 잠시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 기간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4.51) 타율(.303) 모두 리그 2위로 투타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구원 평균자책점 1위(3.72)로 지키는 야구를 했다.
7회까지 리드한 18경기에서 한화는 16승1패1무로 승률이 9할4푼1리였다. 1점차 승부에서도 6전 전승. 5월26일 이후 평균자책점을 보면 권혁(2.50) 송창식(2.51) 박정진(3.12)이 리그 최고 불펜을 구축했다. 특히 권혁은 이 기간 22경기에서 39⅔이닝을 소화하며 전체 규정이닝 투수 평균자책점 2위.
타선의 화력도 대단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뒷심을 보였다. 리그 최다 12번의 역전승을 했는데 7회 이후 뒤집은 것이 4경기 있다. 김태균(.405) 이용규(.404)가 같은 기간 4할대 타율로 전체 2~3위에 올랐고, 로사리오는 12개의 홈런과 리그 최다 40타점을 폭발했다. 정근우(.312·5홈런·26타점)와 송광민(.317·8홈런·28타점)도 쉴 새 없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 기간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역시 선발진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위(5.45)로 중간에 위치했지만, 경기당 투구는 4이닝으로 리그 최소였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3연전부터 파비오 카스티요에 이어 에릭 서캠프까지,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로테이션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송은범이 비교적 꾸준하게 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이태양도 부활 기미를 보여 희망적이다.
지난 8일 삼성을 꺾고 92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는 10일 또 삼성을 제물삼아 8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섰다. 공동 5위 KIA-롯데에도 3경기차로 따라붙었다.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 전부 중요하다. 지금 흐름이 좋지만 야구는 또 모르는 것이다"고 쉽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정근우도 "어디까지 날아오르겠다는 것보다 지금처럼 매 경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순위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매 경기 매 순간 집중한 결과, 한화는 꼴찌를 벗어나 5강 싸움 전선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