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정상급 포구, 고메즈 “MLB급”
천부적 센스에 송구 특성 정확히 파악
대개 1루는 경기 중 아웃카운트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자리다. 이 자리를 지키는 1루수의 포구 능력을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유다.
간단해 보이지만 동료들의 송구나 견제가 항상 깔끔하고 정갈할 수는 없다. 때로는 높게, 낮게, 옆으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1루수가 이를 포구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SK는 이 부문에서는 걱정이 별로 없다. 최고의 포구 능력을 가진 베테랑 박정권(35)이 버티기 때문이다.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박정권의 포구 능력은 단연 빛났다. 이날 SK는 전반적으로 야수들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좋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1루 송구가 계속 예뻤던 것은 아니었다. 원바운드로 들어오는 송구가 적지 않았는데, 박정권이 이를 침착하게 걷어내며 호수비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정말 리듬이 좋았다. 다 잡아 내더라. 완벽했다”고 박정권의 포구를 극찬했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는 박정권의 포구 능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라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다. 후쿠하라 수비코치는 “개인적으로 특별히 지도한 것은 없다. 워낙 잘 잡아줘서 수비코치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가끔 고메즈의 송구가 시작부터 불안한 경우가 있어 뜨끔하는데, 박정권이 잡아줘서 안도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후쿠하라 코치는 박정권의 포구 비결로 “우선 급박한 상황에서도 머리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머리가 흔들린다는 것은 눈이 흔들린다는 것으로, 정확한 포구를 방해한다. 말은 쉽지만 경기 중 지키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어 후쿠하라 코치는 “타이밍을 예상하는 능력이 좋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워낙 센스가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권의 포구가 워낙 좋아 내야수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일단 공을 1루 근처로만 보내면 박정권이 잡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송구가 다소 불안한 고메즈도 박정권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고메즈는 “내가 MLB에서 본 선수 중 1루 수비가 가장 좋은 선수는 토드 헬튼이었다. 박정권은 그 이후 최고다. MLB급 수비 능력”이라고 극찬했다. 같은 1루수인 최승준은 “정말 잘하신다. 전지훈련 때 나도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더 배우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에 대해 박정권은 정작 운이 많이 따른다며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박정권은 “특별히 포구를 연습하는 것은 없다. 어느 정도 공이 보이면 공의 속도와 바운드를 예측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랜 경험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자, 팀 동료들의 송구 특성을 100% 꿰고 있는 박정권이기에 가능하다. 박정권은 “다만 그렇지 않은 송구의 경우는 감에 의존한다. 운이 어느 정도 따라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SK 수비진의 가장 보물 같은 능력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