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가화만사성' 김영철·이필모의 오열, 이것이 명품연기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7.11 06: 56

 모두를 울린 짠내 나는 전 장인과 전 사위의 눈물 신이다. ‘가화만사성’ 이필모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짠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주말마다 눈물짓게 하고 있다. 분명 용서할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연기력 하나만으로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얻으며 시청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번에는 김영철과의 애달픈 오열신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했다.
이필모는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에서 봉해령(김소연 분)의 전 남편 유현기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실 현기는 초반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던 캐릭터다. 아내를 배신하고 비서와 불륜을 저지르고, 아들의 죽음 이후로 망가져가는 아내의 아픔도 챙기지 못했다. 게다가 어머니 장경옥(서이숙 분)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모습은 해령에게 고스란히 상처이자 부당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령은 현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되레 불륜녀로 낙인찍혀 쫓겨나는 상황에 시청자들의 분노는 현기 모자에 쏠렸다.

반전이 있었다. 현기는 오래 살아봤자 1년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도 수술을 해야 1년을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서지건(이상우 분)이 유일했다. 그나마도 본인이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나선 상황. 환자의 의지가 없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현기의 상황을 보면 짠하기 그지없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오던 그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던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게 됐다. 해령의 가족 앞에 다시 돌아와 진심으로 사죄를 구한 후 홀로 죽음을 맞으려고 했던 생각이 그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르던 현기에 대한 온도가 달라진 것은 이필모라는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다. 앞머리를 내린 머리스타일의 변화로 느껴지듯, 이필모는 외적인 부분부터 모든 것을 싹 바꿨다. 우선 눈빛이 달라졌다. 씁쓸하게 힘없이 웃는 그의 모습과 안쓰러워 보이는 눈빛이 죽음을 앞둔 현기의 마지막을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앞에서도 진정 자신의 감정을 내비칠 수 없이 자랐던 현기. 유일하게 감정을 토해냈던 건 해령의 아버지이자, 그의 전 장인인 봉삼봉(김영철 분)이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40회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안 삼봉이 오열하는 가운데, 그 모습을 보고 현기는 누군가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됐다. 소름이 돋을 만큼 연기력을 불태운 명장면 중 하나. 앞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횡단보도 위에서 오열하던 신을 잇는 이필모의 인생연기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필모는 시청률이나 작품성을 모두 제외하고라도 배우로서 그의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군가 이전부터 알아봤다면 재조명될 것이고, 이제 알아봤다면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인생캐릭터로 말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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