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완 파이어볼러 홍건희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막전 당시만 해도 보직이 불분명했으나 추격조부터 마무리투수, 그리고 선발투수까지 자리를 꿰찼다. 이대로라면 후반기부터 팀의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올라선다.
홍건희는 10일 잠실 두산전에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최고구속 148km의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고, 111km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는 여유까지 선보였다. 이로써 홍건희는 개인 통산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고, 프로입단 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도 달성했다.
KIA는 홍건희 호투와 타선 폭발에 힘입어 13-3으로 대승, 이날 패한 롯데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사실 홍건희는 올 시즌에 앞서 ‘물음표 전력’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에 이름을 올려놓으며 1군 엔트리 경쟁에 임했다. 일단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시즌이 진행되면서 구속이 상승했다. 140km 초중반대를 형성했던 패스트볼이 3, 4km 향상되면서 150km를 상회하고 있다.
구속 상승과 함께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 됐고, 4월 29일 두산전에선 1⅔이닝을 소화하며 세이브도 기록했다. 이후 두 달 동안 불펜 필승조에 자리하며 KIA 마운드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의 합류로 불펜진을 다시 조정하기 시작했고, 홍건희를 선발진에 투입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홍건희는 지난 2일 넥센전부터 선발진에 포함,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치렀다. 4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갑작스럽게 보직을 바꾼 것을 감안하면 실망하긴 이른 투구 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넥센 전 이후에도 홍건희를 선발진에 고정시킬 뜻을 전했고, 홍건희는 8일 만에 김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을 상대로 움츠려들지 않고 프로 입단 후 최고 투구를 펼쳤다.
KIA는 올 시즌 윤석민과 임준혁의 부상으로 선발진 운용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양현종 헥터 지크 상위 3선발은 꾸준한 활약을 하지만, 하위 선발진이 불안하다. 그러나 초고속 승진을 이루고 있는 홍건희가 도약을 이어간다면, 후반기 KIA는 5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