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신인왕을 노리는 자, 작년 신인왕 경쟁에서 아쉽게 밀렸던 자, 데뷔 3년만에 첫 승을 이룬 자. 단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를 위해 셋의 경주가 동계올림픽의 고장, 강원도 평창의 숲속 그린에서 펼쳐쳤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주인공은 우승이 가장 절실 했던, 또는 우승 때가 가장 무르익었던 ‘루키’ 이소영(19, 롯데)이었다.
10일 강원도 용평의 버치힐 골프클럽(파72/6,403야드)에서 벌어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17번째 대회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총상금 5억 원, 우승상금 1억 원)’에서 이소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 신인 선수가 KLPGA 투어에서 우승하기는 2015년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최혜정이 우승한 이후 약 8개월만의 일이다.
이날의 우승으로 이소영은 올 시즌 신인왕 경쟁에도 한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 대회 이전까지 이미 신인왕 포인트 990으로 833포인트의 이정은 보다 앞서가고 있던 이소영이다.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 KLPGA로서는 더 큰 결실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소영, 박결(20, NH투자증권), 배선우(22, 삼천리) 셋은 전반 8번홀에서 크게 한번 붙었다. 이 경합의 결과는 경기의 흐름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전날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며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던 이소영은 파5 8번 홀 보기로 9언더파가 됐다. 앞선 홀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를 적어내고 있었던 터라 8번홀 보기는 주도권을 반납하는 실수였다.
반면, 박결은 8번홀 버디로 우승 다툼에 동승할 수 있었다. 앞선 홀에서 버디 2개를 잡고 있던 터라 8번홀 버디는 ‘신인 대 2년차’의 대결로 분위기를 몰았다. 배선우의 8번홀 버디도 의미가 있었다. 앞선 홀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를 기록하고 있었던 배선우는 8번홀 버디로 선두권에 점프했다.
8번홀을 지날 시점 셋의 스코어는 이소영과 박결이 9언더파, 배선우가 8언더파였다.
승부는 다시 원점이었다. 누군가 액션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아쉬움이 있었다. 셋 모두에게서 더 이상 도망갈 수 있는 에너지가 보이지 않았다. 좀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했지만 좀처럼 경합이 벌어지지 않았다.
소강 국면에서 가장 먼저 박결이 타수를 잃기 시작했다. 9번홀 보기, 12번 홀 보기로 선두 경쟁에서 멀어져 갔다. 9번홀 이후 4홀 연속 파행진을 거듭하던 배선우도 기운이 달렸다. 13, 14번홀 연속 보기로 추격을 끈을 늦췄다.
전진하지 못하면 퇴보하는 법. 챔피언조보다 2조 앞서 달리던 8년차 정희원(25, 파인테크닉스)이 착실하게 타수를 줄이며 선두권을 위협해 왔다. 보기 없이 4타를 줄인 정희원은 14번 홀 이후 박결과 함께 공동 2위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정희원도 16번홀 보기로 1위 공략을 포기했다.
추격자들이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하자 힘겹게 선두를 달리던 이소영이 결정타를 날렸다. 파4 10번홀에서 회심의 버디를 낚아 올리며 2위 그룹과 3타차, 회복하기 어려운 간극을 만들었다. 우승 기운을 되찾은 이소영은 이후 홀에서 위협적인 샷과 퍼팅을 선보이며 데뷔 첫 승 세리머니를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
이승현(25, NH투자증권) 박결이 7언더파로 공동 2위, 정희원 이정은이 6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100c@osen.co.kr
[사진] 8개월여만에 '루키 우승'을 이루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린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