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이 외야수 양성우(27)에게 엄포를 놓았다. 일종의 경고장이다.
김성근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이건 심각한 이야기"라고 운을 뗀 뒤 "잘한다 잘한다니까 진짜인 줄 안다. 하루 쉬면 자기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루 쉴 정도면 어제(9일) 경기도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성우는 올 시즌 45경기에서 타율 2할6푼9리 45안타 3홈런 25타점 21득점을 기록하며 한화 외야에 새 활력소로 떠올랐다. 최진행과 김경언이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 혜성처럼 등장해 공수에서 큰 힘을 보탰다. 6월 중순 한 때 슬럼프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는 페이스였다.
그러나 9일 삼성전에 미세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김 감독은 이것이 영 탐탁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골절된 것도 숨기고 뛰었다. 요즘은 그런 게 없다"며 양성우의 마음가짐을 지적했다.
실제로 양성우는 9일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치러졌음에도 한화 야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지 않았다. 특히 11회 이용규가 타격 중 종아리 경련을 호소, 12회 수비에서 교체됐음에도 양성우를 끝까지 기용하지 않았다. 정근우를 2루에서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고, 12회 안타를 치고 나간 조인성의 대주자로도 안 썼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양성우는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허리가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틀 연속 선발에 들지 못했다. 이용규가 종아리 부상 후유증으로 선발 제외됐지만 좌익수 이성열, 중견수 장민석, 우익수 김경언으로 외야진이 구성됐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양성우의 마음을 잡기 위한 김 감독의 충격 요법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감독의 질책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화는 외야수 장운호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신인 외야수 이동훈을 처음으로 1군에 올렸다. 김 감독이 정말 양성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더라면 엔트리에서 아예 빼버렸을 것이다. 양성우가 김 감독의 메시지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