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히든카드로 불렸던 브라울리오 라라(28)가 KBO 리그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첫 경기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영입 당시부터 지적됐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4일 SK와 총액 23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라라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7월 3일 잠실 LG전에서 불펜으로 1⅔이닝(1실점)을 던진 적은 있었지만 선발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크리스 세든을 포기하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인 만큼 이날 투구 내용에 기대가 걸렸던 것이 사실.
그러나 4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았고 2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2.00에 달했다. 투수로서는 타구질이 좋지 않아 숙제도 남겼다. 실점 위기에서 직선타가 나오고 상대 주자의 부상에 작전까지 실패하는 등 운이 따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초 70~80개 정도의 투구수를 소화할 예정이었던 라라는 이날 4회까지 64개의 공을 던진 뒤 김주한에게 바턴을 넘겼다. 팀도 6-8로 져 첫 패전이 기록됐다.
최고 155㎞, 가장 느린 것도 149km가 나온 빠른 공은 소문대로 빨랐다. 선발 등판이라 체력안배상 구속이 조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어쨌든 평균 150㎞를 상회하는 공을 던졌다. 좌완임을 고려하면 이는 KBO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구속이다.
그러나 그 구속 외에는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불펜으로 뛰어 투구수를 늘려가야 한다는 점은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쳐도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단조로운 레퍼토리는 해결되지 못했다. 이날 64구 중 70.1%인 47구가 패스트볼이었다.
라라는 슬러브에 가까운 빠른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다. 스스로는 커브를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 뽑는다. 그나마 완성도가 높은 구종인 셈이다. 그런데 커브 구속은 130㎞ 초반(최고 134km)대였다. 커브치고는 빠르지만 빠른 공 구속이 워낙 높다보니 구속 차이가 커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여기에 체인지업은 많이 던지지 않았고(7구), 슬라이더는 하나도 없었다. 투피치, 아니 사실상 패스트볼 원피치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이에 kt 타자들은 변화구는 버리고 철저하게 빠른 공에만 초점을 맞췄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빠른 공만 노리고 들어가니 배트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낮은 코스를 찌르는 빠른 공은 위력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몰리거나 높으면 여지가 없었다. 땅볼을 유도할 만한 구종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이날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땅볼은 3개에 불과했다. 이는 주자가 있을 때 약점이 될 수 있다.
빠른 공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구종 중 하나는 슬라이더다. 같은 좌완이자 강속구 투수인 김광현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헛스윙 유도에 가장 좋다. 그러나 라라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다는 평가에 기대를 걸었지만 조합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 마운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KBO 리그 공인구가 손에 익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공인구에 적응하면 변화구의 위력은 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완성형 투수는 아닌 만큼 점차 나아질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결국 라라의 성장 페이스가 중요하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조금의 시간은 더 벌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반대로 라라의 적응이나 성장 속도가 한계를 드러낸다면 SK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