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최근 좌완 투수 오재영에 대해 "불펜에서 엄마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염 감독은 "마정길, 오재영 등이 팀에 정말 고마운 선수들이다. 오재영도 더 유리한 상황에서 좋은 대접 받고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텐데 어린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팀에서 희생하고 있다"며 최근 팀이 다급할 때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는 오재영의 노고를 높이 샀다.
최근 팀에서 오재영의 보직은 정해져 있지 않다. 팀이 1~2점차로 뒤쫓을 때 추격을 위한 카드가 되기도 하고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있을 때 이닝을 '죽이기' 위해 등판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LG전에서는 지는 상황에서 몸을 풀다가 팀이 역전하면서 9회 등판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두서 없이 나서고 있지만 오재영은 21경기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12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린 뒤 첫 해이거니와, 자신의 보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가 최대한 마운드에서 버텨주면서 어린 투수들이 선발, 필승조 보직을 맡아 성장할 수 있다.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오재영은 "(김)상수, (이)보근, (김)세현이가 필승조에서 잘해주고 있고 선발도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지금은 개인 성적 이런 것보다는 팀 상황을 더 중요시하며 거기에 맞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오재영은 "언제 마운드에 오르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점수를 주지 않고 잘 던지는 것이 목표다. 예전처럼 타자 한 명만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연투 가능성도 언제든 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잘 하려고 한다. 다행히 이제 아프지 않아서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재영은 현재 팀 투수조장을 맡으며 어린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걱정보다 잘해주고 있는데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좋지만 어린 선수들이 내년, 내후년에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은 팀에 더 좋은 일 같다. 필승조가 없으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메워 빠진 티를 내지 않는 것이 또 우리 팀 강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그를 괴롭혔던 부상을 털고 올해 다시 마운드에 선 것은 팀에 큰 도움이자 그에게도 행복이다. 오재영은 "풀 시즌이 정말 오랜만인데 올해 몸관리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13년차인 오재영은 마지막으로 "내가 우리 팀에서는 가장 오랜 시즌을 보낸 선수"라며 팀에 대한 애정을 전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