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켈리의 교체, 김성근 감독은 권한 없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07 22: 00

 잘 던지던 메릴 켈리(28·SK)가 갑작스러운 통증에 낭패를 겪었다. 규정상 한 타자를 더 상대해야 했고 이는 SK에는 큰 변수가 다가왔다. 반대로 한화에게는 결과적으로 약간의 행운이었고 교체는 규정상 한화와 관계가 없는 게 정상이었다.
켈리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91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2회 다소 흔들리며 2점을 내줬지만 3회부터 6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투구로 전날 13점을 기록한 한화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 조인성에게 우월 솔로포 일격을 당했지만 4-3 리드 상황을 지키며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8회 시작이 문제였다. 8회에 앞서 연습투구를 하던 켈리는 갑자기 햄스트링 쪽에 통증을 느꼈다. 이에 포수와 통역, 코칭스태프를 불러 투구가 힘들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SK도 교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규정상 켈리는 마운드에 더 있어야 했다.

야구규칙 3조 5항에 의하면 “오늘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가 이닝 시작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경우, 첫 번째 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출루할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다만 대타가 나온 경우, 부상으로 인해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심판진이 인정한 경우는 교체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 교체를 불허했다. 타박 등 겉으로 드러나는 부상이라면 상관이 없는데, 켈리의 경우는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운 햄스트링 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기는 8분간 지연됐다. 
일부에서는 상대팀 감독의 동의가 있다면 교체가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규정상으로는 관련이 없다. 상대팀 감독이 불허하더라도 심판이 인정하면 교체가 가능한 셈이다. 설사 김성근 감독이 양해하지 않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은 심판이 내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김성근 감독이 항의해도 심판은 이를 물리칠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심판진이 이를 최종적으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다소 애매한 움직임도 있었던 것이 사실. 결국 SK나 켈리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켈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상황에서 8회 선두타자 이용규를 상대했다. 전력투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상체만을 이용해 공을 던졌다. 결국 1B-2S 상황에서 좌전안타를 맞았다. 켈리는 그때야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SK는 문광은이 바턴을 이어받았다.
켈리는 컨디션이 좋았고, 이날 8회까지는 소화할 수 있는 투구수였다. 구상이 꼬인 SK는 문광은이 송광민을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2루로 뛰던 이용규를 잡는 과정에서 고메즈가 공을 잘 잡아내지 못하며 1사 3루가 됐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주자가 산 셈이다. 결국 김태균이 문광은을 상대로 역전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다. SK는 꼬인 구상이 또 꼬인 셈이 됐다.
기세를 탄 한화는 이후 로사리오의 2점 홈런, 권용관의 좌익수 옆 적시타, 정근우의 중전 적시타, 이용규의 좌중간 적시타, 송광민의 2점 홈런까지 SK 불펜을 쉴새 없이 몰아치며 8회에만 11점을 뽑아낸 끝에 14-4로 대승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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