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원더걸스, ‘아이돌 해체 멤버 무책임론’의 근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7.07 16: 31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지난 5일 신곡 ‘Why so lonely’를 발표하고 홍보 차 활발하게 각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원더걸스가 “아이돌 그룹의 해체에 멤버들의 잘못은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녀들은 원더걸스를 떠난 선예와 소희에 대해 축복해주고 축하해주는 등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더걸스는 올해로 데뷔한 지 만 9년을 맞는다. 10년차 아이돌그룹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소녀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두 팀은 오늘날의 걸그룹의 전성시대를 연 효시이자 최장수 ‘소녀들’이다. 원더걸스는 앞으로도 더 오래 팀을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아이돌그룹의 단명은 숙명인가? 해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가수는 4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싱어 송라이터, 성인가요 전문 가수, 장르 가수, 댄스뮤직 가수 등이다.

싱어 송라이터는 유희열 윤종신 박진영 등을 비롯해 밴드를 포함한다. 각자의 전문 장르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조용한 노래부터 흥겨운 춤사위를 유발하는 빠른 곡까지 모두 쓸 수 있는 이들이라 사실 특정 장르나 연령층으로 분류하기 쉽지 않은 뮤지션들이다. 즉 곡에 따라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부류다. 밴드는 직접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듀싱을 해내니 당연히 싱어 송라이터다.
흔히 트로트라고 부르는 성인가요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는 한국전쟁 후 사실상 국내 가요계의 주류였었다. 재즈와 팝의 패티김부터 록과 소울의 신중현 등 다양한 서양음악을 도입한 가수들도 많았지만 일제강점기의 크고 깊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동족상잔이란 엄청난 비극을 경험해야 했던 국내 정서상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이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성인가요들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분야의 명칭이 이미자 시절엔 ‘가요’로 불리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성인가요’ ‘전통가요’로 변화됐다가 최근 트로트로 굳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태진아 같은 나이 지긋한 가수와 홍진영 조정민 같은 젊은 가수들까지 공존하게 됐다는 점이다. 영어인 트로트(Trot)가 아무래도 성인가요와 달리 젊은 층에게 거부감을 덜 줬으며 편곡의 발전이 보다 더 친근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장르 가수는 김경호나 성시경 같은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가수를 말한다. 임재범이라고 하면 ‘한국의 마이클 볼튼’이란 별명처럼 허스키한 목소리의 로커가 연상되고, 김경호라고 하면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 같은 하이톤의 샤우팅창법을 구사하는 로커가 바로 떠오르며, 성시경이라고 하면 여성들의 마음을 녹이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창법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 가수가 연결된다.
이상의 가수들은 사실상 해체나 은퇴와는 거리가 멀다. 밴드의 경우 멤버의 이합집산이 잦지만 그건 내부적인 문제일 뿐 확실하게 음악적으로 중심을 잡는 리더가 있는 한 밴드의 생명력은 솔로가수처럼 반영구적이다. 보컬리스트가 수없이 바뀌어도 그룹의 생명력은 30년을 넘긴 시나위와 부활이 대표적이다. 서태지와아이들은 은퇴했지만 서태지는 솔로로 음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돌그룹, 즉 댄스그룹이다. 1990년대 가요계는 밀리언셀러가 흔할 정도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시장을 주도한 가수는 댄스그룹이었고, 솔로인 김건모 역시 빠른 노래를 자주 발표했으며 심지어 발라드의 황제라는 신승훈조차 ‘우연히’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곡을 취입했을 정도다.
그런데 싱어 송라이터인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등은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당시 정상을 내달렸던 투투 룰라 듀스 서태지와아이들 터보 등은 모두 해체됐다. 서태지는 ‘아이들’ 시절과는 다른 주특기인 록으로 회귀했고, 터보는 최근 재결성 기념 신곡을 취입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속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기적적으로 젝스키스가 재결합하는 데 성공하고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HOT 역시 재결합 소문이 솔솔 풍기고 있지만 현실적인 난제가 수두룩한데다 젝스키스가 전성기의 인기와 그 기간을 되찾을 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런 숙제는 현재의 아이돌그룹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담이다. 그건 음악적 방향성이냐, 소속사의 기획성이냐의 아주 커다란 차이 때문이다.
신대철이 시나위란 팀을, 또 김태원이 부활이란 이름을 아직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그들 자체의 존재와 더불어 록밴드란 정체성이다. 이 두 가지가 확실한 이상 시나위도 부활도 두 리더가 연주할 수 있는 한 계속될 것이며 그들의 사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SM이 연습생들을 조련하고 소속 프로듀서들이 음악을 만들어 완성한 HOT는 부활하는 게 쉽지 않다. 그룹의 이름에 대한 소유권이 SM에 있건 그렇지 않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오리지널 멤버들이 모였을 경우 음악적 방향과 상업적 마인드가 각자이고, 그래서 어떤 신곡을 만들지 뜻을 모으는 것도, 만드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년의 나이에 ‘캔디’를 리메이크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원더걸스는 ‘여자 빅뱅’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비친다. 빅뱅은 군복무 후의 진로가 중차대한 난제로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에 비춰 음악의 자체생산능력이 유지되는 한 정체성은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원더걸스를 빅뱅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원더걸스는 현재 걸그룹이라기 보단 여성밴드다. 작곡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스스로 신곡을 만들었다. 즉, 음악적 방향을 멤버들의 논의와 창작을 통해 설정할 수 있고, 그걸 자체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춤추는 걸그룹으로 활동해온 지난 세월만큼 혹은 그 이상 팀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그녀들이 아이돌그룹의 해체에 멤버들의 책임이 없다고 말한 근거다. 소방차가 신문을 통해 그들이 해체됐다는 걸 알았다고 한 말은 아이돌그룹의 존재 혹은 정체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아주 명확하다. 기획사의 상업적 전략과 프로듀싱 방향에 의해 설계된 아이돌그룹은 기획사에서 효용가치를 못 느끼거나 애초의 수치에 못 미칠 때 기획사가 손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고, 그래서 생존이나 롱런을 위해선 음악적 실력을 갖춰야만 한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흐르는 세월과 돈이 문제다./ybacchus@naver.com
[칼럼니스트]
<사진> J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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