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예능명가' MBC PD들의 아우성, 제2의 무도 나오겠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7.06 07: 57

1년 사이 10여명의 예능 PD가 퇴사한 MBC를 바라보는 방송가의 시선이 차갑다. 여전히 국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버티고 있고,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즐비하지만 조만간 곳간이 빌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MBC는 지난 1년 사이 실력 있는 예능 PD만 10여명이 떠났다. 모두들 프로그램 간판 연출을 맡을 수 있는 중견 PD들이다. 타방송사로 이적을 하거나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친정인 MBC에 보란듯이 비수를 꽂을 일이 머지 않았다. 
현재 MBC 예능본부는 언제든 PD가 또 떠날 지 모른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가득하다. MBC는 그동안 '예능 명가'라고 불릴 정도로 1990년대부터 예능 흐름을 주도해왔다. '일밤'과 '느낌표'를 통해 공익성이 다분한 인기 예능을 내놓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0년대 들어서는 '무한도전'을 필두로 젊고 톡톡 튀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언제나 예능 흐름을 주도해왔던 방송사일 수 있었던 것은 신선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밤새는 일이 다반사인 제작진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랬던 PD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PD들이 MBC를 나가는 결정적인 요인은 믿었던 조직의 배신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다수 쏟아내 그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왔던 MBC가 2010년대 들어 달라졌다. 어느 조직이나 문제시 되고 있는 성과 지상주의는 그렇다쳐도 2012년 100일 넘게 이뤄졌던 노조의 파업 이후로 심각해진 내부 규제와 제작상의 제약이 일선 PD들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
한 퇴사 PD는 최근 OSEN에 "PD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무것도 없다"라면서 "출연자는 물론이고 구성과 제목 등을 전부 국장과 본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패해도 좋으니 한 번 해봐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순간부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불려다니니까 진이 빠진다. 기획안을 내라고 독려를 하면서도 프로그램을 만드는데까지 넘어야 할 내부의 산이 너무 많으니 자꾸만 MBC 예능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젊은 PD들의 자율적인 제작을 존중하고 탄탄하게 뒷받침을 해주는 방송가의 기본적인 상식이 무너졌다는 것. 자율성을 파괴하고 PD를 공무원 대하듯 하는 달라진,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관리 문화가 최근 1년 사이 재밌는 새 예능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현재 남아 있는 PD들도 퇴사한 PD들의 고민과 좌절감을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  
또 다른 PD는 "1년간 숱하게 퇴사를 했는데도 당장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으니까 윗선에서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줄 모르는 리더십이 문제다. 시청자들은 점점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데 나이 많은 관리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젊은 PD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니 타방송사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최근 1년 사이에 새롭게 출발한 예능프로그램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D들의 시름이 깊은 또 다른 이유는 기존 잘나가는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기 때문이다. PD들의 이유 있는 이탈과 갑갑한 관리로 인해서 기발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확률이 낮아진 것에 대한 관리자들의 반성은 없다는 것. 기존에 잘나가는 프로그램을 유지해서 성과만 보여주자는 안일한 대처가 기존 인기 프로그램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남아 있는 PD들의 큰 고민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도, 기존 인기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하는 PD도 모두 힘든 구조라는 게 MBC 예능본부가 앞으로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기 더 여려운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 PD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이 광고를 팔기 위해 매주 짧게는 90분, 길게는 120분짜리 예능을 만들다보니 PD들이 새롭게 구성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면서 "어떻게든 방송 시간을 채우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가 없고, 프로그램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PD는 "긴 제작 시간과 시즌제로 운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에 많은 PD들이 한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비효율적인 상황으로 직결된다"라면서 "PD들에게 앞으로의 경력을 걱정하게 만들고, 새로운 구성을 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없다보니 제작 원동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른 PD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과 기회가 모두에게 없다고 보면 된다"라면서 "지금의 조직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윗선에서 바꿀 의지가 없는 한 PD들의 이탈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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