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주루는 물론 공격에서도 알토란
‘부진+부상’ SK 외야 구한 구세주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까지. 모든 면에서 빼놓을 것이 없는 활약이다. 생애 최고 시즌을 조준하고 있는 SK 외야수 김재현(29)이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밀어올리고 있다.
김재현은 올 시즌 자신을 가뒀던 틀을 서서히 깨가고 있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김재현은 지난해까지 통산 36안타를 쳤다. 주로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됐다. 비교적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선수지만, 팀 공헌도가 그렇게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즌 초반 2군 생활을 겪은 뒤 절치부심했고 1군에 올라온 뒤로는 공·수·주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으로 팀 핵심 외야수로 거듭나고 있다.
김재현은 올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4할5푼8리, 장타율은 0.540에 이른다. 물론 규정타석에 한참 모자란 수치지만, 백업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주전 외야수인 이명기와 베테랑 외야수 조동화의 부진으로 고전하던 SK에 단비를 뿌렸다. 최근에는 박재상 이명기와 함께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할 정도로 타격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도 좋아졌지만, 가장 달라진 점은 2S 이후에서의 대처 능력이다. 김재현이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은 적은 기회 때문도 있었지만, 볼카운트 싸움을 잘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S 상황에서 타율 3할3푼3리,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4할1푼2리를 치고 있다. 2S 상황에서 상대 투수의 변화구 등 결정구에 허무하게 돌아섰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재현은 이에 대해 “2군에서 김무관 코치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급하면 진다. 급한 것보다는 차라리 늦는 것이 안타를 만들 확률이 더 높다’라고 말씀하시더라. 2S 상황에서도 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최대한 공을 보고 치려고 한다. 최근 좌측 방향의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2S 상황에서 굉장히 집중력이 좋다”라고 칭찬했다. 주위에서 "(1경기) 3안타를 못치면 웃지 말라"고 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주루는 명불허전이다. SK 팀 내 최고의 준족이자, 리그 정상급 베이스러닝을 자랑하는 선수다. 2일 잠실 LG전에서는 3-2의 살얼음판 리드를 걷고 있던 9회 1사 2루에서 폭투 때 3루를 돌아 그대로 홈까지 들어오는 굉장한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는 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점이 됐다. 기본적으로 빠를뿐더러 주루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과 센스가 좋고, 베이스를 도는 기술이 탁월한 김재현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수비에서도 공헌하고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중견수까지 소화할 수 있어 활용성이 크다. 3일 잠실 LG전에서는 8회 정성훈의 타구를 담장 앞에서 껑충 뛰어오르는 호수비로 팀의 리드를 지켜내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2점을 앞선 8회 1사 1,2루였는데 만약 김재현이 이를 잡지 못했다면 SK가 쫓길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타구를 정확히 판단하고 빠르게 쫓아간 김재현의 호수비 덕에 SK와 마무리 박희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처럼 공·수·주에서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는 김재현은 이제 주전 외야수이자 동기인 이명기 이상의 출전 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에 찾아온 최고 시기라고 할 만하다. 6월 초 연패에 빠지며 5할 승률이 붕괴됐던 SK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던 것도 구멍 난 외야에서 고군분투했던 김재현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재현은 “아직 확실한 1군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호조가 김재현의 입지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