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변화+효율적인 볼 던지기 ‘발상 전환’
낮은 제구에 승승장구, 6월 ERA 1.97
SK 우완 윤희상(31)은 4월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5.1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무려 4할1푼7리였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가 조정 기간을 거쳤다.
그런 윤희상은 1군에 재합류한 6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윤희상은 6월 5경기에서 32이닝을 던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3푼7리로 떨어졌다. 6월 4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은 윤희상이 유일했다. 화려한 비상이다. 6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올랐다. 그런데 기록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스타일도 변했다.
윤희상은 14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투수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새로운 변화구를 연마한 것은 아니었다. 커브 그립을 조금 변형해 가끔 초슬로커브를 던지는 정도지만 비율은 극히 낮다. 여기에 몸 상태는 4월에도 정상이었다. 지금이라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윤희상을 변하게 한 것일까. 두 가지 발상의 전환이다.
윤희상의 주무기는 포크볼이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은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로는 높은 곳에서 존으로 떨어뜨리며 카운트를 잡는 데 쓰기도 한다. 결국 관건은 2S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그 포크볼을 활용하기 위해, 2S까지 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 비해 빠른 공에 힘이 생긴 윤희상은 올해 다양한 패턴으로 그 고지를 밟아가고 있다.
윤희상은 “2S까지 가는 방법에 있어 패턴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지난해에 비하면 빠른 공과 타 변화구 비중이 조금 높아졌고, 포크볼 비중이 떨어졌다.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를 모두 던질 수 있는 투수다보니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구종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볼을 던지는 방법’이다. 윤희상은 “타자들의 힘이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좋아졌다”고 말한다. 보통 투수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좀 더 정교하게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윤희상은 반대의 방법을 택했다. 우타자를 기준으로 할 때, 바깥쪽 볼을 잘 던지려고 노력한다. 또한 변화구의 경우는 확실히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원바운드 공이 돼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볼카운트 하나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오히려 장타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좋은 투수는 볼을 잘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윤희상이다.
윤희상은 “기본적으로 공 하나만 낮게 제구하자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것이 잘 되고 있다고 본다”라면서 “우타자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다 안쪽으로 몰리면 장타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바깥쪽에 살짝 빠지는 공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투구를 한다. 그것은 볼이 돼도 괜찮다”라고 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잘 활용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변화구의 경우도 어떻게든 스트라이크존에서 움직이며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밀어 넣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홈 플레이트 앞에서 원바운드를 되게 한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에 넣으려면 필연적으로 움직임이 뒤에서 생길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생긴다. 지금은 그 빈도가 확 줄었다. 윤희상의 피장타율이 크게 떨어진 비결이다.
윤희상은 “이런 방식에는 약간의 운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타자들이 말려들지 않으면 공 개수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날 컨디션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6월 한 달 동안 윤희상의 타격 비율(21.8%)과 파울 비율(19.3%)은 리그 평균을 크게 웃돈다. 잘 맞아 나가는 날은 고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은 제구가 잘 되고 있고 공에도 힘이 있다. 특히 공이 낮게 형성되고 있고 가운데 몰리는 실투도 확실히 줄었다. 이런 선순환만 계속 가져갈 수 있다면 투구수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어쩌면 윤희상은 새로운 유형의 투수로 변신 중인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