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재난 장르 공식 깬 재난물? 세 가지 'NO'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07.04 09: 29

 영화 '터널' 측이 기존 재난 영화의 공식을 비튼 '터널'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공개했다. 대규모 재난, 수많은 희생자, 용기와 기개로 재난을 극복하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기존 재난 영화가 가진 공식을 모두 파괴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1. 비현실적인 대규모 재난? NO!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기존 영화에서 흔히 다룬 비현실적인 재난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터널’을 다뤘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이어야 하는데 요즘은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회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을 배경으로 한 재난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끝까지 간다' 이후 2년 만의 컴백작으로 '터널'을 선보이는 소회를 밝혔다. 매일 지나다니던 터널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되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리얼함의 공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2. 수많은 희생자? NO!
'터널'은 수많은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대대적인 구조를 벌이는 기존의 재난 영화와 처음부터 방향을 달리한다는 전언. 붕괴된 터널에 갇혀 생존한 사람은 ‘정수’뿐. 영화는 오직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극 초반, 그를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작업에 매진하던 사람들과 무사귀환을 응원하는 국민들은 진척이 없는 구조상황 앞에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며 등을 돌린다.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 외로움이나 두려움은 더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터널'은 희생자의 수로 재난의 규모를 재단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 가진 가치를 담아낸다. 그 어떤 재난 영화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전달할 지 지켜볼 만 하다.
#3. 주인공=영웅? NO!
영화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내와 딸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 ‘정수’가 퇴근길 갑자기 무너지는 터널에 고립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수’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함께 갇힌 희생자들을 구하는 영웅적인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르다. 큰 계약을 앞두고 있던 그는 갑작스런 재난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고, 곧 구조하러 오겠다는 구조대원의 말을 믿고 기다릴 뿐 어떤 것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게다가 그가 가진 것이라곤 주유소에서 얻은 500ml 생수 두 통과 배터리 78%가 남은 휴대폰,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둔 케이크가 전부다.
구조까지 당장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구조대장 ‘! 대경’이 알려준 기본 수칙을 지키며 홀로 고군분투한다. 어떤 시련에도 끄떡없는 영웅적인 캐릭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인물 정수가 선보이는 웃픈 생존기는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지 지켜볼 만 하다.
8월 개봉 예정.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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