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스타들은 왜 찌라시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을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7.01 15: 30

위험한 소문들이 난무했던 6월은 끝났지만, 터무니 없는 루머의 희생양은 또 다시 발생했다. 송중기, 박보검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유천과 해당 사건이 벌어진 날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가 증권가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공공연히 퍼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소문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기까지 하며 상황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았다.
지난 6월 29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는 한 출연자가 최근 항간에 돌았던 송중기·박보검 관련 루머를 언급했다. 그는 먼저 박유천의 이야기를 꺼낸 뒤 “나도 룸살롱을 많이 다녀 봐서 아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처음 고소를 당한 사건 발생 당일 같은 자리에 어마어마한 한류스타가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이 것 얘기해도 되나”라며 짐짓 조심스러워 하던 태도는 외려 이 뜬소문에 신뢰감을 실었다. 이어지는 한 편의 소설 같은 룸살롱 무용담도 마찬가지였다.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열변을 토하는 출연자의 모습은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제작진은 ‘어디까지나 정보지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았지만, 찌라시를 통해 파편적으로 나돌던 이야기는 이날 방송을 통해 잘 정리한 한 편의 실화가 되어 있었다. 이때 거론된 실명은 입모양을 가린 스티커와 비프음 처리 덕에 전파를 타지는 않았다.
찌라시에 그쳤을 때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으로 소비됐을 내용이 방송을 타자 마치 사실처럼 여겨지게 됐다. 특히나 대형 사건들이 숨 쉴 틈도 없이 터졌던 6월, 각각의 사태에는 출처 모를 엄청난 양의 파생 찌라시들이 달라 붙었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사실인지를 따질 겨를도 없이 위험한 소문들은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었다.
때문에 6월에는 어딜 가도 핸드폰을 들이밀며 “이 이야기 들었어?”라고 말하는 광경들이 잦게 목격됐다. 이렇게 퍼진 찌라시에 스타들은 일일이 대응할 재간이 없다. 송중기·박보검 사건처럼 방송이 부추겨서 공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력 대응은 대중에게 찌라시 내용을 말해 주는 것과 진배 없는 탓이다. 참다 못해 법적 대응을 시사한다 치자. 그러면 ‘없는 말이 돌지는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 따른다. 99개의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더라도, 단 한 개의 낭설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 모든 찌라시는 진짜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타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일이 따지기엔 리스크가 크고, 크게 터질 때까지 잠자코 있기엔 상처가 깊어진다. 송중기와 박보검, 박유천을 둘러싼 이 추문은 동료 송혜교와 유아인의 증언으로 완벽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알리바이를 위해 쉬지 않고 누굴 만나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찌라시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없는 스타들을 위해 관련법이 세밀하게 다듬어져야 할 때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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