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은 조재현이 우려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에서 조재현은 소름끼칠 정도로 악랄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캐릭터 ‘김길도’ 역을 대본 이상으로 소화해내며 갈등을 만들어내고,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특유의 여유로 현실감을 보태고, 포인트를 짚어 순간적으로 집중해 보는 이들의 몰입시키는 방식으로 완급조절을 해가며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준 것. 그를 대체할 누군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조재현은 김길도 그 자체였다.
오늘(30일) 종영하는 ‘국수의 신’은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기를 그린 드라마. 그 중심에는 김길도(조재현 분)을 향한 무명(천정명 분)의 ‘복수’가 자리 잡고 있다. 네 명의 주인공 천정명, 이상엽, 정유미, 공승연의 인생이야기가 복수와 함께 얽히고설키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복수를 행하는 이가 아닌, 악역이다. 복수가 주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는 악역이 더욱 악랄하고 얄미울수록 극대화되는 법이니까. 이 같은 맥락에서 길도를 그려내고 있는 조재현은 극의 중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셈이다. 복수의 당위성을 높이는 행동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을 한 편으로 만들고 공감케 한 바다.
첫 등장부터 조재현은 압도적이었다. 자신을 거둬준 은인의 레시피를 빼앗고, 집에 불을 지르는 장면은 ‘레전드 악역’의 탄생을 직감케 했다.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콧노래르 불러가며 은인의 집에 불을 지르는 장면. 이를 표현하는 조재현의 표정과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내뱉는 대사 소화력이 단연 압권이었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조재현이 그려내는 김길도 캐릭터는 범접할 수 없는 악인으로 성장해나갔다. 비릿한 웃음과 뼈가 있는 날카로운 대사 등이 조재현의 표정과 입에서 깊이 있게 재생산되면서 긴장감과 비장함이 극의 분위기를 압도한 바다.
그는 앞서 2001년 ‘피아노’를 시작으로 ‘눈사람’, ‘뉴하트’, ‘계백’, ‘스캔들’, ‘정도전’, ‘펀치’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몰입도 높은 연기로 '믿고 본다'는 공식을 만든 바. 특히 지난 해 ‘펀치’에서 검찰총장 이태준 역을 맡아 보여준 인간미 있지만 섬뜩한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재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레전드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필모그라피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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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수의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