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시대' 황새의 서울 데뷔전, 핵심 키워드 셋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6.29 21: 24

황선홍(48) 감독이 FC 서울 지휘봉을 잡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서울은 2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성남과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홈경기서 1골을 먼저 넣고 내리 3골을 내주며 1-3 역전패했다.
3경기 무승 및 2연패를 당한 서울은 승점 30, 2위에 머물렀다. 반면 성남은 이날 승리로 승점 26, 5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 스리백 
가장 큰 관심사는 황선홍 감독이 전임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을 유지하느냐였다. 시간이 필요했던 황선홍 감독은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겠다며 기존 스리백을 유지했다. 다만 소폭 변화가 있었다. 주로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오스마르가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섰다. 윙백도 다소간 바뀌었다. 우측 요원인 고요한이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심상민과 고광민이 좌우 윙백으로 선택을 받았다. 스리백은 김원식을 중심으로 김동우와 정인환이 형성했다.
경기 전 만난 황선홍 감독은 최용수 감독이 만들어 놓은 서울의 축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중앙 수비와 미드필드진에 변화를 암시했다. 오스마르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동과 그에 따른 중앙 수비진의 변화가 골자였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영입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의 첫 스리백은 심하게 흔들렸다. 중심축 오스마르가 위로 올라가니 리더가 없었다. 경기 감각이 무딘 정인환, 리더의 무게감을 안은 김원식 등은 내내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정인환은 1-1 상황서 결정적 패스미스로 역전골의 장본인이 됐다.  
황 감독은 결국 후반 11분 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김원식 대신 윤일록을 투입하며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윤일록과 고요한이 좌우 윙어로 나섰고, 오스마르와 다카하기가 중원을 지켰다. 올 시즌 서울의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한 장면이었다.
▲ 티아고
티아고 더비의 승자는 스승이 아닌 제자였다. 황 감독은 지난해까지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었다. 티아고는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첫 시즌은 녹록지 않았다. 출발은 좋았지만 강렬한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초반 선발로 나오다 후반기 주로 교체 요원으로 뛰었다. 왼발과 스피드에 특장점이 있었지만 연계가 좋지 않아 황 감독의 스틸타카와 맞지 않은 까닭이었다. 첫 시즌 성적표는 25경기 4골 3도움, 기대 이하였다.
티아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으로 이적했다. 단단한 수비에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성남은 티아고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티아고는 물 만난 고기마냥 펄펄 날았다.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양산했다. 특급 외인 아드리아노를 따돌리고 득점과 공격포인트 랭킹 1위를 질주했다. 황 감독이 빛나야 할 이날도 가장 빛난 별은 티아고였다. 1골 1도움으로 성남의 2골에 모두 관여했다. 17번째 경기서 17번째 공격포인트를 만들며 황 감독에게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 아-데-박
서울의 트레이드 마크는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아-데-박 라인이다. 타 구단 사령탑들이 모두 탐내는 K리그 최고의 공격진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황선홍 감독도 이들의 조합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 감독은 포항 사령탑 시절에도 데얀과 아드리아노를 탐낸 바 있다.
황 감독은 지난 27일 취임 일성으로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트리오는 서울 공격의 상징이자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진이다. 여지껏 해보지 못한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드리아노는 이날 전반 13분 만에 수장의 기대에 보답했다. 고광민의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위치 선정과 결정력 모두 빛난 장면이었다. 데얀도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아드리아노의 투톱 파트너로, 혹은 그의 밑에서 조력자로,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제 몫을 다했다. 박주영은 후반 33분 들어가 무언가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아드리아노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1-3으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15분여 전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경기를 마쳤다. 아크서클 근처서 임채민과 몸싸움을 벌이다 레드 카드를 받은 아드리아노는 부심의 몸을 건드리며 강하게 항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선홍 감독의 첫 서울 나들이는 수난시대로 끝났다./dolyng@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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